매운 맛 소스에 독특한 맛
퓨전 갈비 '등치' 인기몰이
한달 매출 7000만원 달해
[ 강창동 기자 ]
지하철 2호선 서울대역 2번 출구를 나와 서울대 방향으로 오르막길을 200m 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등치’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보인다. 등치는 ‘매운 등갈비와 치즈’를 줄인 말로 치즈등갈비 전문점이다. 126㎡(약 38평) 규모의 이 가게 앞에는 매일 저녁 때 손님들이 줄을 선다. 대부분 20대인 젊은 고객들은 기다림을 짜증내지 않는 표정이다. 이 가게는 한 달에 7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순익이 2100만원에 달한다. 최정희 ‘등치’ 사장(50)은 “최근 이 가게 주변에 치즈등갈비 전문점 3~4개가 순식간에 생겼다”고 말했다.
○퓨전 갈비가 뜨는 이유
퓨전 갈비 메뉴가 인기를 얻고 있다. 갈비 메뉴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 뜨는 갈비는 고깃집에서 구워먹는 전통적인 갈비 메뉴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 갈비다. 서양식 소스에 매운맛을 추가하거나 치즈와 함께 먹는 새로운 갈비 메뉴들이 뜨고 있는 것이다. 퓨전 갈비 전문점이 뜨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매운맛 소스와 치즈로 새로운 맛 트렌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갈비 메뉴는 조리가 완성돼 식탁에 나오기 때문에 삼겹살처럼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불편도 없다.
최 사장은 최근까지 이 가게에서 스시 전문점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해산물 수요가 떨어진 데다 고깃집이 잘되는 대학가 상권의 특성상 장사가 지지부진했다. 업종을 바꿔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요즘 외식시장에서 매운맛 갈비가 뜬다는 것을 알고 매운치즈등갈비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업종전환의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최 사장은 판단하고 있다.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주변 식당들을 보면 추석 이후 장사가 잘 안돼 걱정인데 우리 가게는 매출이 떨어지지 않아 표정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등치의 주요 메뉴는 매운등갈비치즈와 바비큐등갈비치즈 두 가지다. 매운등갈비치즈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보통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고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바비큐등갈비치즈를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가격은 1만3000원으로 같다. 대부분 고객이 등갈비를 먹은 뒤 볶음밥과 주먹밥을 함께 먹는다.
○퓨전갈비의 분화
등갈비와 떡볶이, 치즈를 접목해 인기를 끄는 곳도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CGV 뒤쪽 먹자골목에 있는 ‘버벅이네’라는 퓨전 음식점에서는 등갈비와 떡튀김을 전골처럼 끓인 후 등갈비를 치즈에 말아서 먹는다. 인덕원역 인근 먹자골목에 있는 ‘인덕원 원시쪽갈비’는 개업 6개월 만에 안양, 인덕원, 평촌, 산본, 군포 등지의 맛집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원시쪽갈비는 쪽갈비에 소스를 발라 그대로 구워먹는 것이다. 소스가 독특한 맛의 비결이다.
매운 소갈비찜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상권에서 인기다. 강남CGV 이면도로에 있는 ‘매운대’와 ‘마시찜’은 항상 젊은 여성들로 가득차 있다. 대구 동인동에서 유명한 매운갈비찜의 소스를 강남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했다. 매운맛을 선택할 경우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맞출 수 있도록 고안된 메뉴다. 홍대앞 상권에도 매운갈비찜 전문점이 인기몰이 중이다. 당면 대신 라면과 파를 넣어 먹는 매운갈비집 ‘신신’과 안동찜닭 소스를 이용해 개발한 갈비로 유명한 ‘갈비씨’ 등이 있다.
등갈비가 인기를 얻으면서 등갈비 원재료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축산물 유통업체인 ‘해밀푸드’의 김준영 대표는 “두달 전 ㎏당 6800원 하던 등갈비 가격이 최근에는 9500원까지 올라가고 있다”며 “소비 증가세를 수입 물량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올 하반기 외식시장에서 뜨는 업종 중 하나가 퓨전갈비전문점”이라며 “특정 부위를 취급하는 고기전문점이 갑자기 늘어날 경우 식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창업자들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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