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 기자] 첫사랑하면 떠올려지는 고착된 이미지들이 있다. 긴 생머리, 사슴같이 그렁한 눈망울, 뽀얀 피부에 입 꼬리가 솟아 올라가는 붉은 입술을 가진 그런 생김새 말이다. 예를 들자면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가진 수지가 그렇고.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남상미는 차태현의 첫사랑을 닮은 수미를 연기한다. 그런데 스크린 속 남상미가 연기한 수미는 여자들의 질투를 불러 일으킬만한, 그런 모습들과는 거리가 멀다. 부풀린 사자머리하며 메이크업도 안 하고 행동거지는 평범하다 못해 거침없고 털털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슬로우 비디오’(감독 김영탁)에 출연한 남상미를 만났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서
신세계를 가슴에 품은 여인 정수인으로 분해 첫 사극연기에 도전했던 그가 뒤이어 개봉한 ‘슬로우 비디오’에서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지만 빚더미에 얹혀 사채업자에 쫓겨 다니는 수미를 만나 연기 변신을 꾀했다.
남상미스럽다는 말
“영화를 본 주변 지인들이 ‘수미가 실제 남상미 모습인 것 같다’라고 말해줬는데 그 말이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이었어요. 보통 저를 떠올리면 여성스럽고 단아한, 우울한 분위기가 생각날 거예요. 줄곧 맞아온 작품들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주변사람들은 알죠. 남상미스러운 게 어떤 모습인지. 마치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남상미와 봉수미의 닮은 모습은 무엇이고 차이점 있을까. 이에 남상미는 “닮은 게 있다면 행동이 먼저 앞서는 것, 열정적이고 씩씩하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사채랑 친하지 않다는 거죠”라며 웃음을 빵빵 터트린다. 그러면서 “온전히 제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한 게 봉수미 캐릭터였다”고 고백했다.
남상미는 작품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다는 대답을 망설임 없이 남겼다. 상업영화로는 2009년 ‘불신지옥’ 이후 스크린 출연작이 없었기에 확신이나 믿음이 부족했을지 모른다. “차태현, 오달수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에 대한 영광스러움과 개인적으로는 밝은 캐릭터를 통해 위로를 얻고 싶었어요”
시종일관 “차태현과 함께 해 크나큰 기쁨 이었다”고 말하던 남상미는 그로부터 무엇을 얻었을까. 옆에 두고 보며 여러 자신감도 생겼을 테다. “러닝 타임 80% 이상을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하잖아요. 캐릭터의 힘을 차곡차곡 쌓아 결말에 터트리는데, 와 닿는 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똥 머리가 이렇게 편할 줄이야
그는 극중에서 뮤지컬 ‘빨래’의 OST인 ‘참 예뻐요’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맑고 청아한 음색이 예상외의 실력이다. 예능 울렁증 때문에 청심환까지 집에 항상 구비해 둔다는 그가 대학로의 신호등 한복판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까지 해야 했다니. 심히 걱정이 됐을 법 했다.
남상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크랭크인하기 몇 주 전이었어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둘째 치고 전문가처럼 보여야 할 텐데 그 실력만큼 준비된 게 없었으니 걱정이 됐죠. 롱 테이크로 찍었고 하루가 걸려 촬영했어요. 정신이 없었던 만큼 창피할 틈도 없었고요. 결국 여러 장면들이 편집 됐지만 하드 트레이닝도 받고 여차저차 해 예쁘게 잘 다듬어졌더라고요”
쉽지 않은 도전은 이 뿐만이 아녔다. 남상미는 산발한 듯한 파마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모은다. 예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모를 온전히 버려야 하는 그런 파격 변신 말이다. 망설여지지는 않았을까.
“수미는 할 일이 많고, 자신을 꾸밀 여유가 없는 그런 친구죠. 감독님이 설명한 파격 헤어 스타일링을 연출해야 하는 이유였고요. 제안해 주신 시안 그대로 나올 수 있는 샵을 소개시켜주시면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처음 변신한 모습을 봤을 때 비명이라도 지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곱고 단아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그의 변신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남상미는 “느낌 있지 않아요?”라면서 특유의 털털한 웃음을 선보인다.
“볼륨도 잘 잡히고, 똥 머리도 쉽게 연출돼서 편했어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그 헤어스타일 그대로 하고 다녔거든요. 아무도 몰라보던데요?”
내게 CCTV란
‘슬로우 비디오’에서 CCTV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누군가를 지켜주는 도구로 변신한다. 정감 있다. 그러나 현실속에서는 의사와 상관없이 사생활을 내비쳐야 하는 조금은 불편한 존재다. 배우로서 삶이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일 없고, 일거수일투족이 다 노출되는 불편함을 알기에 여배우 남상미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남상미는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는 CCTV가 이렇게 많이 깔려 있는 줄 몰랐어요. 24시간 녹화가 되고 있고, 의사와 상관없이 자료화 된다는 불편함은 있겠지. SNS가 배우들에게는 CCTV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실시간으로 수많은 가십과 정보들이 떠다니고. 그런데 대중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배우로서 이걸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이 직업을 갖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장부가 오랜 칩거 생활을 마치며 내뱉은 대사를 기억한다. “진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다. 더 늦기 전에 밖으로 나가봐야겠다”라는 장면이다. 남상미에게도 더 늦기 전에 이루고픈 것들이 있을는지.
“더 늦기 전에 여자 남상미로서의 삶을 살아봐야 않을까요. 물론 배우로서의 삶을 오래 유지하고 싶지만 여배우로 살면서 놓치게 되는 여자로서의 삶이 의외로 많다는 걸 종종 느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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