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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영혼이 있는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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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고 다시 가고싶은 호텔
도시 이미지와 품격을 결정해

주우식 < 전주페이퍼 사장 >



나는 영혼이 있는 호텔을 좋아한다. 웬 생뚱맞은 얘기냐 할지 모르지만 호텔이 훌륭한 호텔이 되기 위해서는 영혼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호텔은 단순히 자고 먹고 하는 데가 아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서로 어울리는 공동체가 되기도 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삶의 청량제와도 같은 존재다. 영국인은 그들의 집을 가리켜 ‘내 집은 나의 성(castle)’이라 했는데 이제 나라 간 이동이 일상화된 글로벌 시대인 만큼 ‘내 호텔은 나의 성’이라는 말도 나올 법하다.

영혼이 있는 호텔과 그렇지 않은 호텔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호텔에 영혼이 깃들어 있으면 왠지 생각 나고 다시 가고 싶어진다. 상당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그 호텔을 고집하게 된다. 나아가 영혼이 있는 훌륭한 호텔 몇 개만 있어도 그 도시가 환해지고 이미지가 확 올라간다.

영혼 있는 호텔 하나를 소개하자. 20년 전 미국에서 근무할 때다. 태국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어 명성이 자자한 O호텔에 묵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갔는데 요새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건물과 실내 장식부터 예사롭지 않은 인상을 주었고 처음 투숙했는데 이게 웬일. 방 비치 문구류에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 레스토랑, 정원 할 것 없이 가는 곳마다 스토리가 있다. 서비스는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 이후 방콕에 갈 때 나는 항상 O호텔에 묵는다.

한국도 인기 관광지라 외국인 관광객 수가 150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호텔 신축 붐이 일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수도권에서만 백수십 개 호텔이 완공된다니 놀라울 뿐이다. 수천 개의 객실을 구비한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호텔이 곧 착공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호텔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계획 중인 호텔 대부분이 저가 비즈니스 호텔이라니 자칫 잘못하면 개성 없는 호텔만 양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비즈니스 호텔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저렴하면서도 질 높은 호텔이 더 많아져야 한다. 문제는 아직 영혼 있는 명품 호텔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명품 호텔의 육성이 시급하다. 이것이 우리 호텔이 브랜드를 키우고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한국에 가면 이 호텔에 꼭 한번 묵어봐”라는 외국인들의 말을 도처에서 들었으면 좋겠다.

주우식 < 전주페이퍼 사장 w.chu@jeonjupap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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