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물동량 싹쓸이…국내 수출물량 정체
이대로면 6위도 위태
부산항 생산성 세계 9위 그쳐…"크레인 통합관리해야"
[ 김재후 / 김태현 / 최진석 기자 ] 중국 항만들의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부산항이 11년간 지켜온 글로벌 항만 세계 5위(물동량 기준) 자리를 중국의 닝보·저우산항에 내줬다. 중국 항만들의 추격이 거세 내년엔 6위 자리도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한 1219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로 집계돼 같은 기간 물동량이 11.3% 급증한 닝보·저우산항(1303만8000TEU)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2003년 세계 5위로 올라선 지 11년 만이다.
부산항은 6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세계 7, 8위인 중국 칭다오항과 광저우항의 물동량 증가 속도가 부산항보다 더 빨라서다. 지난해 1~8월 각각 1061만1000TEU, 972만3000TEU의 화물을 처리했던 칭다오항과 광저우항은 올해 같은 기간 각각 6.8%, 5.9% 증가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부산항의 화물량 증가세가 중국 항들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정부의 밀어주기’로 세계 물동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해수부가 세계 각국 주요 항만당국의 웹페이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물동량 기준 세계 10대 항만 중 싱가포르(2위)와 부산, 가오슝(대만·10위)을 제외한 7개가 상하이항(1위)을 비롯한 중국 항이다. 10위권 내 중국계(가오슝 포함) 항만의 올 1~8월 물동량 처리 실적은 9784만5000TEU로 10대 항만 전체 처리량(1억3927만TEU)의 70.3%에 달한다.
부산항은 환적 화물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수출 물량이 정체돼서다. 제조업체들은 국내보다는 중국에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타이어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타이어 업체들은 중국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내 3개 공장에서 연간 355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고, 충칭 2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도 톈진 창춘 등 중국에 4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연간 중국 생산량이 2850만개로 국내 생산 물량에 육박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중국 생산을 확대하면서 국산 타이어 운송물량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정체된 반면 중국 현지 수출물량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외국 선사의 환적화물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위치적으로 유리한 북중국과 일본 서안의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10여 차례 현지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부산항운영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 해운정보를 수집·교환하고 위험물 장치장을 설치하는가 하면 신항 증심준설 작업과 토도섬 제거 등을 통해 물류 환경도 개선했다.
박충식 운영본부장은 “닝보·저우산항의 두 자릿수 성장에는 밀리지만 지난 8월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8.7%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남기찬 한국해양대 항만물류학과 교수는 “컨테이너 1만2000개를 싣는 선박에 맞춰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2만개 운송 선박이 나오고 하이테크 화물 위주로 물류체계가 바뀌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선사에 저렴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부산항 생산성은 세계 9위였다”며 “터미널 운영 선사가 각각 운영하는 크레인을 통합 관리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덕종 은산해운항공 마케팅담당 상무는 “환적화물 중심으로 항만을 운영하는 부산항은 중국 배가 입항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급유시설과 선박 수리조선소를 구축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재후/부산=김태현/최진석 기자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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