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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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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증시를 살려내기 위해 정부가 조만간 증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위아래 15%인 가격제한폭을 두 배인 30%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증시에서 상하한가로 표시되는 가격제한폭은 1995년 처음 도입됐다.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하루 주가의 최대 변동폭을 전 거래일 종가의 ±15%로 제한해 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 가격제한폭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주가를 더 출렁거리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이의 폐지는 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는 혹시도 모를 증시 혼란을 우려해 제한폭을 확대하는 정도만 검토하고 있다. 증시 가격제한폭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가격제한폭이 오히려 증시 불안 부추겨”

찬성하는 쪽에서는 가격제한폭이 당초 증시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시 불안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가격제한이 있으면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는 주가가 가격제한폭에 도달할 경우 높은 변동성이 며칠간 지속되면서 오히려 변동성이 확산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며칠간 계속해 상한가나 하한가를 유지할 경우 반대매매도 힘들 뿐더러 변동성만 더 키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상하한가 폐지로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상하한가가 폐지되면 기업의 실적 등이 주가를 움직이는 주된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다. ‘작전주’ 등 잘못된 투자문화들이 가격제한폭이 사라지면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가격제한폭을 악용해 증시에서 ‘작전’으로 불리는 부당거래를 일삼는 이들이 적지않다. 소위 ‘상한가 굳히기’와 같은 것이 작전 세력이 악용해온 대표적 수법이다. 여기에 ‘상한가 따라잡기’라는 웃지 못할 방법을 투자기법이라고 소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찬성하는 이들은 한국 일본 아시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증시에 가격제한폭이 없다는 점도 든다. 가격제한폭 존치를 주장하는 쪽은 상하한가가 없으면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우려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격제한폭이 있는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증시 중 하나라는 점도 지적한다.

○ 반대 “섣불리 도입하면 시장 파괴 불러온다”

반대하는 쪽은 대부분 증시 급변을 걱정한다. 가뜩이나 한국 증시의 규모가 선진국보다 작고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크게 출렁거리는데 가격제한폭까지 없애면 증시 변동성이 훨씬 더 커지고 투자자 보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중소형주는 변동성이 상당히 크며 극단적인 경우 하루 사이에 원금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며 “투자자가 안심하고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하한가 제도는 최소한의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부정적 입장이다. 따라서 이달 발표될 증시대책에서도 폐지보다는 점진적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혼란 방지, 투자자 보호 등을 정부는 이유로 든다.

S증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선 가격제한폭이 없지만 국내와는 시장 환경 자체가 다르다. 기관 중심의 유동성공급자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도입하면 시장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형 기관들이 종목별로 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어 문제가 안 되지만 국내 시장은 기관투자가가 활성화되지 못한 만큼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폐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시기와 방법은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장기적으로 가격제한폭은 없어져야 하지만 전격적으로 폐지될 경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생각하기 “가격급변 방지 다른 안전장치 있는지 점검을”

시장에 대한 규제는 상반된 얼굴을 갖고 있다. 어떤 형태의 규제든 가격 형성이라는 시장 본래의 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격제한폭도 마찬가지다. 가격제한폭이 공정 가격을 형성하는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반면 규제는 시장이 커다란 혼란에 빠지거나 심지어 붕괴되는 것을 막는다는 기능도 갖고 있다. 금융시장은 특히 다른 상품시장과는 달리 짧은 시간에 엄청난 파괴력으로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 몇 번의 금융·외환위기가 그 파괴력을 잘 보여준다.

결국은 가격제한폭 폐지 찬반 논의는 이를 없앨 경우 시장 충격을 막아줄 별도의 장치가 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가격제한폭 이외에도 시장 충격을 줄여주고 단기간 내에 가격 급변을 막기 위한 제도가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킷브레이커다. 코스피지수가 전일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모든 주식 거래를 20분간 중지하는 제도다.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등락해 1분 이상 계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호가를 일정 시간 동안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도 그런 안전당치다. 이밖에도 올해 9월부터는 종목별 변동성 완화장치가 새로 도입돼 시행 중이다. 종목별 서킷브레이커에 해당하는 제도다.이런 가격안정장치가 없으면 모르되 3중의 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가격제한폭 폐지에 대해서도 이제는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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