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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엔貨가치 6년 만에 최저…한국 경제에 치명상 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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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와 슈퍼 달러

엔화 가치가 6년1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내에서는 엔저 추세가 이어져 연말 달러당 115엔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는 1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110엔 선이 무너진 뒤 11시20분께 110.08엔까지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8월25일 이후 최저치다.


- 10월2일 한국경제신문

☞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은데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태풍의 진원지는 일본이다. 엔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엔화 가치가 왜 이처럼 급락하고 그 파장은 어떻게 될까?

달러당 110엔 선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

엔화 가치는 아베 신조가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르기 전인 2012년 12월 이전만 하더라도 미국 달러당 75엔 선이었다. 그러던 게 아베의 총리 취임 이후 하락 추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달러=100엔 선을 돌파해 급기야 1달러=110엔 선을 뛰어넘은 것이다. 2년이 채 안 돼 가치가 무려 5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엔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연말에 달러당 112엔, 내년 3월 말엔 115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화와 엔화 간 교환비율(환율)도 급속하게 떨어졌다. 원·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0엔당 1500원이 넘었다. 지금은 100엔당 960엔대다. 예전엔 1500원을 줘야 100엔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960원 정도만 주면 100엔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엔화값이 그만큼 떨어진 반면 원화값은 급등한 셈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원·엔 환율은 앞으로 더 하락할(즉 엔화 약세·원화 강세) 것이다.

엔화 약세의 이유

엔화 가치가 이처럼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데다 일본은행(BOJ)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엄청나게 엔화를 뿌려대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는 2분기 성장률이 -7.1%(연율 기준)로 추락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 이후 20여년간 좋지 않았다. 이런 장기 침체(디플레이션)를 극복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총수요를 늘리고 △중앙은행(일본은행)은 돈을 무제한 공급하며 △규제 완화와 새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3가지 화살’이 중심 축이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미국처럼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나라경제 크기와 비교한 양적 완화의 규모는 미국보다 훨씬 크다. 양적 완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때 활용하는 ‘통화 풀기’ 정책이다. 돈을 찍을 수 있는 권리(발권력)를 이용해 무제한으로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것이다. 시장에 배추 공급이 많으면 배추 가격이 떨어지듯 엔화 공급이 많으면 엔화 가치는 떨어진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많은 돈을 풀고 있는 게 엔화 가치 급락의 원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미국 달러화 동향이다. 최근 달러화 가치는 뚜렷한 강세(슈퍼 달러)를 띠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 상태이던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 중앙은행(Fed)이 일본은행과는 반대로 돈풀기 정책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차이가 달러와 엔화 가치를 정반대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4.6%에 달했다.

Fed는 2008년 이후 세 차례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지금은 3차가 진행 중이다. Fed가 지금까지 푼 달러화는 4조50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엄청나게 풀린 돈은 나중에 물가 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래서 실업률이 많이 떨어지고 경기도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10월까지는 돈을 풀어왔던 정책을 중단하겠다는 게 Fed의 생각이다.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에서 탈출해 이제 정상궤도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이걸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가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중앙은행이 돈풀기 정책을 멈추려고 하고 있으니 달러화 가치가 뛰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가 아주 좋지 않은 유럽의 ECB(유럽중앙은행)가 돈을 풀고 있는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Fed의 다음 단계 수순은 현재 제로 금리 수준(0~0.25%)인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현재 0.1%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두 나라 간 금리 차는 더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엔화를 팔아 미국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게 된다. 미 달러화 수요가 증가해 달러화 가치는 오르게 되는 것이다.

원·엔 환율은 재정환율로 결정

이런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 구도는 우리나라 원화와 엔화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화 환율(가치)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달러화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화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엔화는 달러처럼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지 않는다. 원·엔 환율은 ‘재정환율’이라고 해서 달러와 엔화의 환율에 의해 영향받는다. 예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1달러=100엔이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1달러=1000원이라면 100엔=1달러=1000원, 즉 100엔=1000원으로 원·엔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엔 환율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와 엔화의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가 고스란히 원·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달러화가 약세일 경우, 다시 말해 원화가 강세여서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경우 때론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약세를 저지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면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가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엔화는 재정환율로 환율이 결정되는 까닭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 약세를 되돌리기도 사실상 어렵다. 이런 점이 한국 외환당국을 고민에 빠뜨리는 배경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엔저의 영향은 한국 경제를 강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해외사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우리 수출 100대 품목 중 일본 수출 100대 품목과 겹치는 게 55개에 달한다. 엔화 가치가 50% 이상 뚝 떨어졌다는 건 일본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50% 이상 올랐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일본 업체가 1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면 1달러=75엔일 경우 75억엔이지만 1달러=110엔인 지금은 110억엔이 된다. 그만큼 수출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이익을 낼 여지가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과 2008년 달러화가 부족해 외환위기를 겪었다. 두 차례 모두 요즘처럼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엔화 가치가 약세일 때 발생했다. Fed는 1994년 14개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3% 포인트 올렸으며 그 여파로 1995년 4월~1997년 2월 중 원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30% 뛰었다. 그 결과 1995년에 80억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가 1996년에 230억달러로 확대돼 외환보유액이 고갈되면서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또 2004년에도 Fed는 2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인상했는데, 그 영향으로 2004년 1월~2007년 7월 원화는 엔화에 대해 47% 절상됐다. 그 결과 2004년 323억달러 흑자였던 한국의 경상수지는 2008년 1~3분기 33억달러 적자로 반전됐고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외화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엔·달러 평균 환율이 116엔을 기록할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높고 생산성은 낮으며, 노동유연성은 부족하고, 인구는 급속하게 고령화되는 추세이고, 대기업들은 국내보다 규제가 덜한 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국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엔화 약세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수출업체들이 얘기하는 마지노선은 100엔=1000원, 즉 1엔=10원 선이다.

원·엔 환율이 이 밑으로 내려가면 제조업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엔화 가치가 100엔당 800원 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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