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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정세균 의원이 만사제치고 주례를 선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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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정치부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8시30분.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3자 회동 합의 내용을 의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비대위원들이 참석했으나 정세균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일 오후 늦게 시작된 결혼식 주례를 서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정치인에게 주례를 부탁하기란 웬만한 친분 없이는 어렵습니다. 특히 정 의원처럼 5선의 중진 의원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날 정 의원이 주례를 선 결혼식의 주인공은 평택에서 카센터 수리공으로 일하는 노총각 하모 씨(43)였다고 합니다.

어떤 인연으로 주례를 서게 되었을까요?

정 의원 측 관계자는 하 씨에 대해 “2012년 소통대장정 당시 만난 적이 있을 뿐 특별한 친분은 없는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시에도 노총각이었던 하 씨가 지나가는 말로 ‘결혼을 할 수 있게 되면 정 의원을 주례선생님으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며 “정 의원이 당시 흔쾌히 하겠다고 했는데, 1년6개월이 지난 뒤 진짜 결혼한다고 연락이 와 정 의원에게 전하니 주례를 서겠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의원은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지지자들에게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자 소통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소통대장정’은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을 거쳐 제주도까지 이어졌는데, 하 씨도 그 때 만난 지지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정세균 의원은 주례사에서 “정기국회 기간이고 언제 생길지 모르는 돌발상황 때문에 주례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당시) 노총각이라고 놀렸더니 서둘러 결혼 준비를 한 것 같다”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습니다.

주례사로는 ‘변치말고 투명하라’, ‘부모에게 잘 하라’, ‘아이가 국가의 미래다. 아이는 셋 이상 낳아라’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례를 부탁한 하 씨는 “사실 진지하게 부탁드렸던 것이 아니었는데, 정세균 의원이 기억하고 흔쾌히 수락해 놀랐다”며 “나같은 일반인의 결혼식에 정말로 정 의원이 주례를 해주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특별한 결혼식을 만들어준 정 의원에게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지만, 지지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선거 때 약속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소하더라도 1년 반 전 지지자와 한 약속을 기억한 정 의원 같은 정치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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