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車부품 전시제품
3D 프린터로 생산
제작 비용·기간 10분의 1로 줄여
3D 프린팅 시장 30억7000만弗
한국 점유율 2.3%로 세계 8위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쓸 수 있게
정부, 3년내 5885개교에 보급
[ 박병종/정인설 기자 ]
미국 로컬모터스는 최근 ‘스트라티’라는 이름의 전기 자동차를 발표했다. 스트라티는 차체와 배터리, 전기 모터 등을 제외한 부품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들었다. 현장에서 44시간 만에 자동차를 생산하는 장면도 공개해 미국이 3D프린팅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한국 제조업 바꾸는 3D프린터
한국도 3D프린팅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속한다. 경기 용인에 있는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자동차 부품을 완성하기 전 시제품을 3D프린터로 생산하고 있다. 금속 틀인 금형에 쇳물을 부어 부품을 만들 때보다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졌다. 금형 작업 탓에 시제품 제작에만 4개월 이상 걸리던 건 옛말이다. 3D프린터는 필요한 부분만 찍어내는 적층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1~2주일이면 뚝딱이다. 비용도 10분의 1로 줄었다.
정밀도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앞 공기구멍(에어벤트) 각도가 1도 달라지면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는 외풍 강도가 수십 배 세진다. 금형을 통한 생산방식으로는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금형 하나 새로 만드는 데 수천만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만든 금형으로 어림짐작으로 각도를 예상해 부품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젠 꼬박꼬박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든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2002년부터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경량화는 연비가 중요한 자동차나 항공산업에 특히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나 항공산업에서는 시제품을 만들거나 일부 부품만 만드는 정도지만 의료산업에선 완벽한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3D프린터로 만든 보청기와 의족 등은 이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 됐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3D프린팅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홀러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세계 3D프린팅 관련 제품·서비스 시장은 전년 대비 34.9% 성장한 30억7000만달러 규모다. 이 중 한국 3D프린팅 시장의 점유율은 2.3%로 세계 8위다. 하지만 제조업 등에 3D프린터 활용이 확대되면서 2020년께는 한국 시장의 점유율이 15%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D프린터발 유통혁명
3D프린터 사용이 확대되면서 지역 간 물류이동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제품 설계도만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나 3D프린터를 이용한 현지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셰이프웨이즈’와 같은 3D프린팅 위탁생산 업체를 이용하면 공장도 필요 없다. 굳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배에 선적해 배송할 필요 없이 제품을 판매할 지역의 3D프린팅 위탁업체에 설계도만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류기업 UPS는 이 시장을 노리고 지난해 3D프린팅 위탁생산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3D프린터 업체 3D시스템스의 김소령 부장은 “대행업체들이 현지에서 3D프린터로 제품을 제작·배달까지 해주기 때문에 제조업 수출 방식에 일대 전환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글룩’이라는 3D프린팅 위탁 업체가 등장했다. 세계적인 종이 인쇄 전문점인 킨코스를 벤치마킹해 3D프린팅 서비스 업계의 킨코스를 꿈꾸고 있다. 글룩은 다양한 3D프린터를 갖추고 기업에서 의뢰한 시제품 제작을 비롯 예술가 및 미대생들의 작품 제작을 대행해주고 있다. 3D프린팅 대행업체 확산은 일반인들의 관련 경험을 늘려 3D프린터 대중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3D프린터가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선진국 기업들이 굳이 값싼 노동력을 좇아 해외에 생산기지를 둘 이유도 없어진다. 부품을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공정이 사라져 필요한 직공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인건비가 싼 곳이 아니라 기술력이 좋은 곳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것”이라며 “생산기지가 중국·동남아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3D프린터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월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2017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의 50%(5885개교)에 3D프린터를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박병종/정인설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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