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한·일 양국의 증시를 떠받치는 '전차부대'(전자+자동차) 화력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전차부대는 실적과 환율에 발목 잡혀 힘을 쓰지 못하는 반면 일본은 엔저와 미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엔저 현상이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커 양국 전차부대의 상반된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삼성전자·현대차 시총 비중 17%대로 '뚝'
28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25일 17.45%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1년 10월 17.28% 이후 최저치로, 두 회사의 증시 영향력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14.08%, 현대차는 3.37%를 각각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이익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전망에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업계는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 중후반에서 최근 3조 원대까지 낮췄다.
이 여파로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6.32% 떨어졌다. 이익 추정치 조정이 본격화된 지난 주 들어서는 연일 최저치를 다시 썼다. 다만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26일 그간의 부진을 딛고 2%대로 반등 마감했다. 경쟁사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6' 결함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으로 인해 주가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10조5500억 원의 매입 금액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달 들어 전날까지 주가는 18% 넘게 밀렸다. 이 기간 동안외국인 투자자들은 1730억 원 어치의 현대차 주식을 내다팔았다.
투자업계는 환율 부담으로 실적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에서 한전 부지 인수가 논란까지 겹친데 따라 단기간에 주가 하락 폭을 만회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지루한 횡보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부진이 장기화되는 것은 코스피 전체에 부정적"이라며 "두 종목의 주가 회복 시점을 추정하기 힘들고 시장과 전차의 괴리가 심화됨으로써 코스피 전체에 가해지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도요타, 미쓰비시 등 자동차·전자 시총 25% 육박
일본 도쿄주식시장에서는 상반된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엔저와 미국 경기 회복 기대로 전차부대 시가총액 비중이 25%에 육박한 것이다.
도쿄증시 1부의 업종별 시가총액 구성비율을 보면 전자와 자동차 부문 합계가 전날 기준 24.9%로, 2011년 7월15일(25%)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도요타자동차와 후지츠공업, 미쓰비시전기 등이 연초 고점을 경신하며 전차부대 상승을 이끌었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저는 일본 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 도요타 등 주력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10월 말부터 본격화하는 일본 기업들의 반기 결산 발표 전에 실적 전망 상향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가 양호한 점도 일본 전자, 자동차 등 수출기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일본 국내 경기 회복은 둔화되나, 미국 경제 호조가 일본 기업 실적을 지지할 것이란 기대가 강하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한일 전차부대 희비를 가르는 주된 요인인 엔저 현상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선 현재 달러당 109엔 수준인 엔화가 130엔대까지 상승할 수 있단 분석도 내놓았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환율이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에 따른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주의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이들 주가는 제한적인 등락이 반복될 것"이라며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강세가 좀 더 연장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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