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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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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악화로 퇴진 압박…공동창업 43년 만에 사임
야누스캐피털로 옮겨…글로벌 채권펀드 운용
핌코 당분간 타격 예상…母회사 알리안츠 주가 급락



[ 김보라 기자 ]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를 이끌어온 ‘채권왕’ 빌 그로스 회장(70·사진)이 전격 사임한다. 그가 회사를 세운 지 43년 만이다.

그로스 회장은 핌코를 떠나 야누스캐피털그룹으로 둥지를 옮길 것이며 그곳에서 글로벌 채권펀드를 맡을 예정이라고 26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로스 회장은 성명에서 “대규모 복잡한 기관을 관리하는 데서 나오는 여러 까다로운 문제를 그만 접어두고, 고정자산 투자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누스를 두 번째 집으로 선택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인 딕 웨일에 대한 존경과 오래된 친분 덕분”이라며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고객들 자산 관리에만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로스 회장은 1971년 핌코를 공동 창립했으며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토털리턴펀드’를 운용해왔다. 토털리턴펀드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6.22%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 자산이 한때 2250억달러(약 225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현재 그의 총 운용자산은 2조달러.

하지만 지난 8월까지 토털리턴펀드에서 16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위기를 겪었다. 또 독단적 투자 결정으로 인해 회사 내 다른 매니저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핌코는 최근 자사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로스 회장이 직접 운용하는 핌코의 간판 상품 ‘토털리턴 ETF’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털리턴 ETF는 펀드 출범 초기부터 중소기업이 발행하거나 규모가 작은 모기지채권에 투자해왔는데, 이런 소액 모기지채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통상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핌코가 수익률을 계산할 때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산 모기지채에 액면가를 적용함으로써 수익률을 부풀렸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로스 회장 사임에 대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만한 ‘블랙 스완’급 이벤트”라며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해 이사회로부터 여러 차례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점점 엉뚱한 행동을 반복해 해고가 예정돼 있었다”며 “다른 직원들은 그가 나가든지, 아니면 자신들이 나가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로스 회장 사임으로 핌코는 당분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핌코의 모회사인 알리안츠 주가는 이날 그로스의 사임 소식에 독일 증시에서 5% 넘게 급락했다. 리서치 회사 번스타인은 핌코에서 총자산의 10~30%에 달하는 투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뮤추얼펀드 리서치 회사인 S&P캐피털IQ의 토드 로젠블루스는 “핌코와 그로스는 동의어인데, 그가 없는 핌코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누스캐피털 주가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오전 11시30분 현재 30% 이상 급등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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