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장관 잇달아 '사면' 언급 이유는
디플레 우려 속 불씨 꺼지는 '경제 활성화' 비상
총수 장기공백 후유증…투자 중단 · 고용 위축
이재현 회장 등 重病…"처벌 지나치다" 여론도
[ 이태명/주용석/김우섭 기자 ]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을 가석방·사면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24일)까지만 해도 정부의 ‘비리 기업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바뀌겠느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최 부총리의 발언까지 나오자 “단순한 여론 떠보기는 아닌 것 같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경제계의 기대도 하루 새 부쩍 커졌다.
◆심각한 경기 상황
관가와 재계에선 최 부총리의 발언이 경제 활성화 정책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2기 경제팀이 지난 7월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출범했지만 구매력이 살아나지 않는 등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장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년9개월 만에 최저인 0.5%(전기 대비)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추세적 물가 하락)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영향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2분기 실질 민간소비는 1분기보다 0.3% 줄었다. 2011년 3분기(-0.4%)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기업 투자지표도 부진하다. 통계청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3분기에 5%대(전기 대비)를 기록했지만 지난 1분기 -5.2%, 2분기 2.2%로 저조했다.
◆투자·고용 위축 심각
문제는 경제를 살리려면 대기업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상당수 그룹이 총수 부재 여파로 투자·고용을 미루고 있다는 데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지난 7월22일 경제5단체 회장단과 만나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당부했지만, 많은 기업이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며 “정부가 뒤늦게 이런 상황을 인지한 게 이번 발언 배경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이 느끼는 총수 부재 후유증은 심각하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SK그룹은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전은 물론 최근 경비업체인 ADT캡스 인수도 포기했다. SK에너지를 통해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지분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포기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책임을 지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주체가 없어서다.
배임·횡령 혐의로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CJ그룹도 올해 상반기 투자를 작년 상반기 대비 28%나 줄였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 구속 이후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 4명이 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만 투자 결정은 선뜻 내리기 어려워 중단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그룹의 한 오너경영자는 “태광그룹을 시작으로 지난 3년여 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고 경제민주화 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털어놨다.
◆“과도한 처벌 관행 달라져야”
재계는 최 부총리와 황 장관 발언 이후 기업인 사면·가석방 관련 가이드라인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면 어떤 형태로든 언급이 있지 않겠느나”며 “일정 기간 형을 이행한 기업인에 대해선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등에 동참하는 조건 아래 선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기업인들에 대한 과도한 법 집행 관행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벌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몸이 아파도 가석방과 사면을 못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재현 회장은 수감 생활을 하던 중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응급실로 실려갈 만큼 건강이 악화됐으나 지난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다시 선고받았다. 올해 79세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초 전립선암이 발병해 치료를 받으면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2012년 1심 재판 중에 간암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태명/주용석/김우섭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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