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투자증권 이례적 보고서
실물경제 별 영향 못 미쳐
자산가격 거품 초래할 수도
[ 김유미 기자 ]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이 한 증권사에서 나왔다. 가계소득 하락, 자산거품 조짐 등 역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시장에서 높아진 추가 금리인하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KB투자증권은 22일 ‘한국과 일본의 저금리 평행이론’ 보고서에서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실물경제엔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자칫 자산가격 거품만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낮춘 뒤 저금리 효과는 실물경제에 이미 퍼져 있다고 봤다. 지난 8월 금리를 연 2.25%로 인하한 데 이어 앞으로 또 내린다고 해도 실물경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선 기업의 자금 부담이 줄어 투자가 살아날 것인지 미지수라고 봤다. 자금 상황이 좋은 AA-등급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이미 연 3% 아래여서 추가 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이보다 상황이 어려운 BBB-등급 회사채는 여전히 연 8% 후반대 발행금리여서 저금리 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KB투자증권은 추가 금리인하로 소비 활성화도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이재승 연구위원은 “가계가 돈을 안 쓰는 것은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저금리로 인해 이자소득이 더 줄어들면 구조적인 내수 부진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등에 따르면 가계의 순이자소득(이자소득-이자지출)은 2003년 1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증권사는 한은이 금리를 무리하게 더 내리면 장기적으로 일본식 장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행은 1984~1987년 기준금리를 연 5%에서 2.5%까지 내리며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일본 정부가 주택경기 회복을 열쇠로 삼고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점은 지금의 한국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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