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추신수
사로 잡은 로저드뷔
2000시간 공들인
하나의 예술 작품
[ 임현우 기자 ]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한 시계가 아닙니다. 예술 작품입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로저드뷔’의 창업자 로저 드뷔(77·Roger Dubuis)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저드뷔가 시계 애호가들에게 독창적이고, 대담하고, 창조적인 브랜드로 영원히 기억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평생을 최고급 시계 제조에 바친 그는 ‘파텍필립’ 등을 거쳐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했다. 스위스 시계 중 100년이 넘은 브랜드가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로저드뷔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으로 단기간에 ‘A급 명품’으로 인정받았다. 2008년엔 명품 시계와 보석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에 인수됐다.
시계 하나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로저드뷔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디자인의 컴플리케이션 워치(여러 기능을 넣은 최고급 시계)로 유명하다.
간판 컬렉션은 영국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검(劍)에서 영감을 얻은 ‘엑스칼리버’. 국내에선 올초 야구선수 추신수가 방송에 6000만원대 엑스칼리버 시계를 차고 나와 화제가 됐다.
로저드뷔는 2009년 한국 진출 이후 소수의 시계 마니아를 상대로 조용한 마케팅을 했지만, 최근 백화점 매장을 늘리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뷔 창업자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로저드뷔만의 강점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대담한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제품이 제네바 실(Geneva Seal)을 받는 세계 유일의 브랜드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간 5000개 안팎의 시계만 소량 생산하는 로저드뷔는 ‘전 제품에 제네바 실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네바 실은 제네바라는 도시 이름을 상업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긴 까다로운 인증제도다. 스위스 시계 생산량은 연간 2000만개로 추산되는데, 제네바 실을 받는 제품은 고급 시계 3만개뿐이다.
소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높은 가격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맞받았다. “사람들이 로저드뷔 시계가 왜 그리 비싸냐고 하면 저는 이렇게 답해줍니다. ‘일단 공방에 와 보라. 많이도 말고 딱 한 가지 부품만 직접 조립해 보라’고요. 그렇게 해 본 사람 중 같은 얘길 다시 꺼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비싼 가격은 시계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짧게는 1000시간, 길게는 2000시간 이상 공을 들이는 데 대한 ‘합당한 대가’라는 것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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