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한국전력과 현대차그룹, 삼성전자가 벌인 '10조 원 쩐의 전쟁' 에 대해 금융투자업계가 세 가지 색깔의 해석을 내놓았다.
감정가 3조 원 짜리 한국전력 부지가 10조 원 넘는 가격에 매각되자 한전은 '진정한 승자'란 평가를, 현대차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인수에 실패해 체면을 구기게 됐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8일 한국전력은 본자 부지 매각 낙찰자로 현대차그룹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입찰 금액은 10조5500억 원으로 감정가의 3배를 넘었다. 현대차그룹과 입찰 경쟁을 벌인 삼성전자가 써낸 4조 원보다도 2배 이상 많은 금액.
현대차그룹은 단독 입찰한 삼성전자와 달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각각 3조 원에 달하는 거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는 토지 면적 7만9341.80㎡, 건물 9만7260.78㎡로 서울 강남의 마지막 대단위 노른자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 재계 1, 2위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입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단독 입찰에 나선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업계 시선이 쏠렸다.
이번 매각으로 가장 대박이 난 건 한국전력이라고 투자업계는 입을 모았다. 감정가를 3배 이상 웃도는 가격으로 부지를 매각함에 따라 주머니를 두둑히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매각 결과 발표 이후 한국전력 주가는 4%넘게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전 입장에서는 장사를 굉장히 잘한 것"이라며 "매각 대금으로 이익이 들어오면서 배당 여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그러나 한국전력 주가와 관련해선 "매각 호재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할 순 있다"면서도 "그동안 본사 부지 매각 이슈로 주가가 오른만큼 이번 기회에 차익실현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본사 부지와 자사주 매각 등으로 배당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4조 원 이상 부채 감소에 따른 연간 1400억 원의 이자비용 감소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3년 간 전기요금 인상 없이도 신규 기저발전 가동에 따른 발전믹스 개선, 연료비 하향 안정화로 인한 실적 개선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업계는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문부호를 달았다. 인수 금액이 지나치게 비싼데다 이 부지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청사진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선 한전 부지를 가져오기 위한 과감한 베팅이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실제 한국전력 발표 이후 현대차 주가는 한때 7% 넘게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도무지 알수가 없다"며 "입찰 금액도 이해가 안가고 이 부지에서 현대차가 어떤 미래 전략을 보여줄 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10조 원이라는 돈이 현대차 재무제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현재 현금성 자산보다 그 부지를 활용해 어떤 사업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현재 본사 테마파크 사업 이외에는 아무 것도 밝히고 있지 않는 만큼 주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에서 부지에 건물을 올리겠다 외에는 적절한 정보가 없다"며 "매년 얼마씩 현금이 창출될 수 있겠다는 비전이 안보인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매각 건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윤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계열사 없이 단독으로 응찰한 것이 의아했을 뿐, 이번 인수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노정동 기자 kyoung@hankyung.com
[한경닷컴스탁론]또 한번 내렸다! 최저금리 3.2% 대출기간 6개월 금리 이벤트!
'TV방영' 언론에서도 극찬한 급등주검색기 덕분에 연일 수익중!
[한경스타워즈] 하이證 정재훈, 누적수익률 80%돌파!! 연일 신기록 경신중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기사보다 빠른 주식정보 , 슈퍼개미 APP]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