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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인생 2모작'…노후대비용 저축 月평균 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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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은퇴준비 실태


[ 장창민 기자 ]

대부분 직장인들은 아직도 ‘노후’를 ‘은퇴’ 전·후에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은퇴 후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노후를 위한 저축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미리 꼼꼼하게 따져본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은퇴 준비는 직장에 다닐 때부터 미리 설계를 해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복하고 여유로운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예·적금, 보험, 펀드, 연금 등으로 서둘러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 후 매달 211만원 필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최근 한국인의 은퇴 준비 현황과 은퇴 뒤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한 백서를 보면 아직도 부족한 은퇴 설계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 백서는 삼성생명이 비은퇴자 1782명, 은퇴자 518명을 상대로 재무·건강·활동·관계영역 등 4개 분야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백서에 따르면 비은퇴자들은 은퇴 뒤 최소 생활비로 월평균 211만원,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유지하려면 월평균 319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은퇴자의 월평균 소득은 238만원으로 비은퇴자들이 기대하는 최소 생활비는 넘지만, 풍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비은퇴자는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저축액도 월평균 15만원에 그쳤다.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가 최근 고객 9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은퇴 후 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에 대해선 건강관리(43%), 해외여행(16%), 취미활동(13%) 순으로 답이 많았다. 노년기 고민으로는 건강(44%)과 경제적 문제(31%)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은퇴 희망 연령은 70대 초반(70~74세)이 33.3%로 가장 많았다. 은퇴 후 필요한 금융자산은 5억~10억원(36%), 10억~20억원(25%), 3억~5억원(22%) 순이었고 은퇴 후 필요한 월 생활자금의 규모는 200만~300만원(44%), 100만~200만원(27%), 300만~500만원(22%) 순이었다.

노후에 대비한 저축·투자는 84%가 정기적(36%) 또는 비정기적(48%)으로 하고 있었다. 규모는 월 100만~200만원(38%)이 가장 많았다. 저축·투자를 하지 않는 시니어들은 그 이유로 45%가 여윳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료비·간병비 마련도 부족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백서에 따르면 비은퇴자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앞으로 가입하고 싶은 건강보험으로는 치매와 장기요양 관련 보험을 1순위로 꼽았다. 반면 은퇴자들은 은퇴 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아 가장 후회하는 점으로 의료비·간병비 마련을 꼽았으며 건강검진, 규칙적인 운동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40대 비은퇴자는 은퇴한 뒤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비율이 80%를 넘었다. 은퇴자들도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61%였다. 은퇴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로는 생활비 마련 및 생계 유지가 49%로 가장 많았다.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기 위한다는 응답도 25%를 차지했다.

은퇴 후 현재 즐기는 여가생활에 대해서는 만족 24%, 불만족 27%, 그저 그렇다 49% 등으로 여가가 주어져도 능동적인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비은퇴 여부에 상관없이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하는 비율은 20~30대 부부가 41%였으나 여유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60~70대는 22%로 오히려 20~30대 부부의 절반 수준이다. 동반 외출 빈도도 주 1회 이상 비율이 20~30대는 61%인 반면, 60~70대는 19%로 큰 차이를 보였다.

노후 설계를 위한 대화를 함께한 부부는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이 79%였던 반면 그렇지 않은 부부는 40%에 그쳤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에 발간한 은퇴 백서를 보면 노후 준비는 어느 한 분야만 해서는 안 되는 만큼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건강, 일과 여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 여러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3층 연금’은 필수…현금 흐름 높여야

은퇴 전문가들은 노후를 대비해선 현금 흐름을 높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현금 흐름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노후에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연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의무 가입 방식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개인연금은 크게 두 종류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과 이자소득세를 면제받는 연금보험이 그것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은퇴 후에 갑자기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젊었을 때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달 이자가 지급되는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 6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는 물가연동채권 등도 현금 흐름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금에 들면 좋지만 조기 수령은 금물이다. 만 55세 이상 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 국민연금 조기 수령이 가능하지만 1년 먼저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은퇴자가 5년 조기 수령하면 70만원밖에 못 받는다. 조기 수령이 더 손해를 보기 때문에 오래 산다고 가정하면 조기 수령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은퇴연구소 전문가들은 당장 노후에 필요한 소득과 은퇴 후 소득을 따져보고 부족분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은퇴자 △임금피크제 전환자 △자영업자 △공무원 등 상황별로 은퇴 전략을 달리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장기 투자’ ‘세테크’ 필수

저금리 시대에도 재테크의 기본은 예·적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노후 대비용 종잣돈 마련을 위해서는 저축 기간이 길수록 원금과 이자가 불어나는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복리는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 4%를 지급하는 예금에 1억원을 넣을 경우 단리를 적용하면 30년 뒤 2억2000만원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복리 땐 3억2434만원까지 불어난다. 박 센터장은 “최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 만기 금액을 키우고 싶다면 투자 기간을 늘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하향 조정되고(4000만원→2000만원), 올해는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내려가면서 ‘절세’는 올해 재테크 성적을 가늠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절세형 상품부터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절세 금융상품으로는 △세금우대·생계형저축 △상호금융 출자금 및 예탁금 △장기 저축성보험 및 즉시연금 등이 있다. 소득 귀속 시기를 분산하거나, 증여 등을 통해 명의를 분산함으로써 세금을 줄이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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