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 기자] 매력적인 발레리나. 그러나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며, 억세게 퍼붓는 빗속에서 오열을 한다. 악녀는 아니지만 훼방꾼 노릇을 하며 시청자에게 미움도 받았다. 이게 다 연기 때문인 것을.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에서 강세라를 연기한 왕지원은 인터뷰를 위해 마주했을 당시, 드라마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는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이름표가 안긴 이미지를 바탕으로 ‘세련된 여성상’을 연기할 기회가 많았고 또 ‘운널사’까지 이어졌지만, 뒤 끝에 남는 기분이 이번엔 뭔가 조금 다르다.
선배들의 연기 조언, 능력 절감하는 계기
“늘 울고, 기댈 곳 하나 없는. 결국엔 남는 게 하나 없는 세라였잖아요. 나쁜 짓도 하고 미움도 받았지만 저 스스로는 캐릭터를 많이 사랑했어요. 후반쯤에 감독님이 ‘왜 이렇게 말라가냐’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캐릭터에 몰입해서 힘들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순간 분석했고 이해하려했다. 그런 노력 덕에 왕지원은 회 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세라가 돼 갔다. 사실 이번 드라마에서 많은 분량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제 모습을 다 보여줬어야 했으니 에너지가 곱절로 소비됐을 수밖에.
큰 성취도 맛봤다. 장혁, 장나라 등 베테랑 선배 사이에 녹아 들 수 있었던 것.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다시금 절감했다. 복작거리는 현장에서 연기조언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고.
“초반에 조금씩 등장하다 중후반부터 비중이 늘어났어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제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인지 가늠도 안 되고 그래서 두렵기도 했지만 도움 덕에 잘 버텼죠. 특히 극중에서 세라와 이건(장혁)이 서로 사랑했던 추억 없이 충격 받고, 아파하고 매달리는 연기를 해야 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 감정 이입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주시고 같이 노력하면서 호흡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내면을 채우는 과정, 무협 장르 도전하고 파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면서 스트레스는 피할 길이 없다. 그게 신인이든 톱이든. 그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다니는 ‘엄친딸’ 수식어는 연기에 큰 꿈을 두고 있는 배우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배우 왕지원’으로 불리는 게 그에겐 가장 큰 과제다.
어쨌든 겉모습과 알려진 집안배경 때문에 생긴 새침하고 도도할 것 같은 이미지는 왕지원 스스로가 손 사례를 치며 거부할 만큼 제 것이 아닌 모습이다. “연기를 본 주변 지인들은 오글거린다고들 해요. 털털한 모습만 줄곧 봐왔으니까요. 감독님조차 제 첫 이미지를 시크하고 드라이할 것 같다고 예상 하셨다던데 진짜 모습을 보신 뒤 그냥 ‘숙명이라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웃음)
인터뷰를 하기 전 상상한 왕지원의 모습은 그랬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귓불을 늘어뜨리는 볼드한 귀걸이에 부드러운 실크 원피스를 걸쳐 입고 다닐 것 같은. 그런데 그가 꼽은 스타일링 잇 아이템은 후드 티셔츠에 야구모자였다.
“가볍게 입고 편하게 하고 다녀요. 게다가 집순이 이거든요. 게임하는 것 좋아해요.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것들이요. 웬만한 남자들보다 아는 게 많을 걸요. 만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반전이다. 어쨌든 앞에서 질문한 스트레스에 대해 왕지원은 “발레를 했던 것 또 광고를 찍은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발레나 다른 이야기들 보다는 연기로 더 많이 언급되길 바라지만 몰입에 대한 준비나 움직임에 관해서는 노하우가 생긴 게 많으니까. 연기를 더 잘해서 그 수식어들을 밀어내버리면 되겠죠.”
그렇다. 배우는 대사를 잘 처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분명 발레를 한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게다. 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 한 선배 배우가 “컵을 들어 올리는 포즈도 느낌이 있다”고 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기도.
몸짓에 예민하다 보니 저절로 생긴 연기 욕심이 있다. 액션 장르에 도전하는 것. “액션 연기를 꼭 경험해보고 싶어요. 중국 무협에 나오는 무술 같은 거요. 발레를 해서 몸을 더 잘 쓰지 않을 까요.”
이제 막 연기의 맛을 보고 있는 왕지원은 지금 이 상태를 내면을 꽉 채우는 단계라며 이것에 자신의 연기 인생을 비유했다. “비빔밥 안에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잖아요. 맛도 다 다른 재료들을 하나씩 담아내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게 잘 조화를 이뤄서 슥슥 비벼지면 맛깔 나는 음식으로 탄생하듯 앞으로의 제 연기 인생도 그렇게 만들어 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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