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시장 침체로 고전
자발적 영업정지 결정
유상증자 통해 경영권 넘길 듯
[ 황정수 기자 ] ‘압구정 미꾸라지’로 잘 알려진 선물투자의 고수 윤강로 KR선물 대표가 2년 넘게 지속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자기매매업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윤 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KR선물의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KR선물은 자기매매 영업을 정지한다고 11일 공시했다. 실적 악화로 회사 자본이 잠식된 여파다. KR선물은 올 상반기 4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투자중개업에서 25억원, 투자매매업에선 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자본금 100억원에 자본총계는 54억원으로 ‘46% 자본잠식’ 상태다. KR선물 관계자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자발적인 영업정지를 결의했다”며 “향후 자본금을 확충한 뒤 거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R선물은 자본금 확충을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KR선물 관계자는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최대주주가 바뀌고 윤 대표의 경영권도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현재 몇몇 유력 후보자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KR선물 주식 972만1000주(48.61%)를 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윤 대표가 KR선물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KR선물이 추락하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파생상품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든 데다 정부가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코스피200옵션 거래단위 인상 등 각종 규제를 도입하면서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된 여파였다. KR선물은 2012년 65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28억원의 적자를 봤다. KR선물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 거래가 줄자 선물회사들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윤 대표는 2000년대 초 선물투자로 8000만원의 종잣돈을 1000억원대로 불리며 ‘재야의 투자 고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선물시장의 위험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닌다는 이유로 ‘압구정 미꾸라지’란 별명이 붙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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