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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정복한 山만큼…학교 16곳 짓는게 17번째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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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과 동료에게 진 빚 갚고 싶어
'인생의 18좌'는 파키스탄 학교
중2·대학생 대상 캠프 활동도



[ 이해성 기자 ] “인생의 17좌 정복이 점점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엄홍길휴먼재단 대표(사진)가 자선사업 ‘휴먼스쿨’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휴먼스쿨은 엄 대표가 네팔에 짓고 있는 초등학교다. 초등교육도 못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각계의 후원을 받아 진행 중이다. 그는 오는 29일 웨스틴조선호텔 후원으로 지은 ‘따토바니 휴먼스쿨’ 완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네팔로 간다. 2010년 1호인 팡보체 휴먼스쿨 이후 다섯 번째다. 이 밖에도 6개의 휴먼스쿨을 짓고 있다. 그가 말한 17좌는 네팔에 휴먼스쿨 16개를 완성하는 것이다.

엄 대표는 “죽었어도 몇 번은 죽었어야 할 내가 살아있는 것은 신이 봉사하며 살라는 계시를 했기 때문”이라며 “제2의 고향인 네팔에서 먼저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1988년 에베레스트 1차 정복을 시작으로 브로드피크, 안나푸르나, K2 등을 거쳐 2007년 로체샤르를 정복해 8000m급 16좌를 세계 최초로 정복했다. 그러나 20여년에 걸친 극한 도전 중 적지 않은 동료들을 잃었다. 이 과정을 담은 배우 황정민 주연 영화 ‘히말라야’가 곧 촬영에 들어간다. 그는 “크레바스에 빠져 시신조차 못 찾은 동료도 있었다. 고귀한 희생을 재단 활동으로나마 갚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휴먼스쿨을 통해 건물, 놀이터 등을 지어주고 책상 칠판 문구류 등도 지원하고 있다. “(네팔은)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라 한창 클 때인 애들인데도 남녀 화장실 구분이 없어요. 그래서 여학생들이 학교에 안 간답니다. 얼마나 교육여건이 열악한가, 마을 주민들이 이 사업에 얼마나 열의를 갖고 동참하는가 등을 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하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국내 청소년, 대학생에게도 호연지기를 길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거주지인 수유동이 속한 강북구와 함께 관내 중학교 12곳에서 중2학년생을 5명씩 선발해 매달 두 번째 주 토요일에 ‘강북구 청소년 희망원정대’를 이끌며 북한산 도봉산 등 주변 산을 오르내린다. “맨날 교실에서 수업하고 게임만 하면 정신세계가 어떻게 되겠어요. 중·고교생 중에 중2년생들이 가장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다고 하더군요. 웅장한 자연을 보고 뭘 좀 느껴야죠.” 군부대 등을 가는 특별캠프도 연다. 얼마 전에는 강원 12사단에 2박3일 일정으로 하계캠프를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DMZ 평화통일대장정’을 만들었다. 지난달 15박16일 일정으로 2회 행사를 마쳤다.

세 살 때부터 2000년까지 도봉산 근처에서 40여년간 살았다는 엄 대표는 중2 때부터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1984년 해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이듬해 에베레스트 정복에 나섰다. “모험에 대한 DNA가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앉아있질 못하고, 뭔가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든 이루고, 야생마같이 뛰어야 하고.” 그는 도전이 자신의 본능이라는 듯 이 말을 하며 연신 환하게 웃었다. 또 “인생의 18좌는 히말라야가 걸쳐진 또 다른 나라 파키스탄에 휴먼스쿨을 짓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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