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주 기자 ]
바라쿠타는 영국의 우천용 의류 브랜드다. 대표 제품은 1948년 출시한 점퍼 ‘지나인(G-9)’이다. 지나인은 개의 귀를 연상케 하는 도그이어 칼라, 봉투 모양의 단추 여밈, 사선 모양 주머니, 니트 저지 소재로 처리한 소맷부리가 특징인 제품이다. 겉감은 광택이 있는 고품질 면포플린, 안감은 새빨간 타탄 격자 무늬로 만들었다.
바라쿠타의 지나인은 빠른 속도로 블루종(blouson)의 상징이 됐다. 블루종을 바라쿠타 점퍼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블루종이란 끝단을 주름 처리한 채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점퍼를 말한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입었던 붉은색 점퍼가 바로 블루종이다.
영화 ‘빠삐용’으로 유명해진 배우 스티브 매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블루종을 즐겨 입었다. 남성미, 젊음, 반항을 상징했던 블루종은 한때 ‘과장님 점퍼’로 인식되면서 이미지가 추락하기도 했다. 블루종은 그러나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남성미를 부각시키는 데 블루종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젊은 층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감각적인 스타일로 만든 제품이 차례로 소개됐다. 최근 김수현 이민호 이승기 등 젊은 스타들은 물론 권상우 차승원 등 중장년층 배우들이 영화, 드라마 또는 ‘공항 패션’으로 블루종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올해 가을·겨울(F/W) 컬렉션의 전초전 격인 프리폴(pre-fall) 컬렉션에서 체크 프린트 블루종(190만원)을 선보였다. 그레이, 블랙 색상이 교차하는 고급스러운 제품이다. 안감을 붉은 색상으로 처리해 반항기 가득한 ‘구찌 맨’을 표현했다. 펠트 소재라 가볍고 보온성도 뛰어나다.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입은 수트로 유명한 브리오니는 실크와 캐시미어를 주요 소재로 삼아 다양한 스타일의 블루종을 선보였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제품들이라 가격은 미정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다크네이비 블루종(400만원)을 출시했다. 같은 디자인으로 알파카 소재 블루종도 출시할 예정이다.
알렉산더왕은 울 소재의 집업 보머 재킷(179만원)을 출시했다. 박스 형태의 격자무늬, 퀼트 라이닝이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는 제품이다. 릭 오웬스는 가죽, 패딩 등 다양한 소재로 항공 점퍼(198만원)를 내놨다. 피에르 발망은 울과 가죽 소재로 만든 블루종(185만원)을 이번 시즌 주요 제품으로 꼽았다.
CH 캐롤리나 헤레라는 네이비, 다크브라운 색상이 교차되는 스웨이드 소재 블루종(168만원)을 내놨다. 랑방도 더블 새틴은 물론 퍼, 양가죽, 소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블루종(가격 미정)을 출시했다.
김현희 제일모직 패션부문 과장은 “블루종은 데님, 프린트 티셔츠는 물론 정장 셔츠와 함께 입어도 멋스러운 아이템”이라며 “여성의 경우에도 프린트 원피스 등과 함께 입으면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의류”라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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