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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분석할 전문가 없어…빅데이터 활용 손 놓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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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빅데이터 (5) 전문인력 양성

선진국 앞다퉈 빅데이터 경쟁
정부3.0정책 내놓고 활성화 추진
예산 집행 적어 활용률 저조

실무역량 갖춘 인력 태부족
기업들 의사결정에 활용 못해

노규성 < 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선문대 교수 >




인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혁명적 진화로 데이터의 홍수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나 위협이 대두되면 그랬던 것처럼 인류는 또 이를 활용할 지혜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를 홍수가 아니라 가치가 높은 자원의 보고로 인식한 것이다. 이렇듯 빅데이터 가치가 인정되면서 선진국의 기업과 정부는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기업들은 빅데이터란 용어가 출현하기 오래전부터 데이터를 활용해 경영역량을 키워왔다. 데이터 분석은 빅데이터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기업경영 현장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식스시그마(6 Sigma) 예를 보자. 1980년대 초에 등장해 세계로 확산된 식스시스마는 생산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경영혁신 방법론이다. 모토로라가 1980년대 초 무선호출기 시장에서 품질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 6시그마 등장 배경이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품질을 향상시키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제대로만 한다면 품질 개선으로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들은 최고 품질의 생산자가 최저 비용의 생산자라고 믿게 됐다. 그 당시 모토로라는 불량품을 시정하는 데 연간 5~10%, 어떤 경우는 20%까지 지출하고 있었다. 이는 매년 8억~9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고, 만약 공정에 문제가 없다면 곧바로 회사의 순이익이 될 수 있는 비용이었다.

# 6시그마도 빅데이터에서 출발

모토로라는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공정 데이터 분석을 통한 품질혁신 기법인 6시그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모토로라는 6시그마 덕분에 불량품 99.7% 감소, 제품단위당 품질비용 84% 감소, 생산성 20% 향상, 매출 17% 증가, 주가 6.6배 향상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달성했다. 데이터 분석은 마케팅과 영업, 판매 현장에서도 크게 환영받았다. 기획 중인 제품에 대한 시장에서 소비자의 수요가 있는지, 출시될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떤지, 어느 계절이면 매출이 증가하고 어떤 사회적 현상이 보이면 매출이 격감하는지, 사업을 시작할 때 손익분기점을 실현할 매출 규모와 판매 수량은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데이터 분석이 그 근거를 제시해주었다. 자금흐름 상태, 재무건전성 악화와 신용위험 정도, 생산설비의 고장, 퇴직가능직원 예측도 데이터가 신호를 주었다. 이처럼 기업은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이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에 활용해왔다.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빅데이터가 쌓이게 됨과 동시에 이를 처리하고 분석할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데이터의 활용 가치가 더 크게 인식된 것이다. 그리고 그 활용은 정부를 비롯한 공공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빅데이터의 경제적 가치 측정을 주요 의제로 채택했고, 주요 선진국들은 빅데이터 정책과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도 정부3.0을 발표하면서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을 통한 과학적 행정과 국민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내걸었다. 그러나 빅데이터 관련 예산의 집행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더구나 국제적 흐름과는 달리 몇몇 대기업군과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움직임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제조 대기업인 A사의 예를 보자. 이 회사는 수천 개의 소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각 제품의 원가계산이 쉽지 않아 끊임없이 원가계산 방법 개선을 시도해왔다. 그 결과 활동기준원가(ABC) 계산 방법을 채택하게 됐다. 통상 원가계산은 원재료비, 노무비(인건비), 제조간접비를 제품당 나누어 계산하는데 연료비, 공장 및 시설비 등 제조간접비를 제품마다 나누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방법이 ABC다. ABC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활동 혹은 일)을 추적해 과정과 활동별로 제조간접비를 나누기 때문에 원가계산이 정확해진다. 그러나 이 계산 과정을 위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컴퓨팅 작업 시간은 A사의 낙후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분석기술로는 데이터 추출, 변환, 마이닝 작업에 전체적으로 20시간 이상 소요된다. 계산 과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과 결과 리포팅 과정까지 포함하면 2~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다시 2~3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결국 실시간 변화 추이 분석이 필요한 원가계산은 필요한 시점이 지나고 나서야 이루어져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상존한다.

# 기업선 필요성 알지만 전문가 부족

A사의 원가계산 담당자와 정보관리 담당자는 비용이 저렴해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획기적으로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실행에 필요한 전문성이 부족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획, 관련 분석기법과 기술적 기반, 그 예산 등에 대한 계획을 재대로 세울 수도, 경영진을 설득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데이터 분석과 이를 해결할 전문지식의 부족으로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추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필요한 전문역량은 문제와 기회의 발견을 위한 데이터분석 기획, 데이터 축적, 관리 및 처리, 데이터 마이닝, 통계처리 등과 관련되는 빅데이터 분석, 분석된 결과에 대한 해석과 시각화 등이다. 그러나 A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역량을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의 내용과 시각화 구상, 축적·관리할 데이터의 유형과 내용,관리방법 설계, 문제해결에 요구되는 분석기법의 구상 등을 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획 능력을 갖춘 인력은 필요하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빅데이터 기획 및 분석 전문인력 양성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노규성 < 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선문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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