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LS부서는 대형마트? 분기마다 4일씩 '반강제 휴업'

여의도 25시


[ 황정수 기자 ]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하려던 원모씨는 지난 19일 증권사를 찾았다가 괜한 헛걸음만 했다. “18~21일, 4영업일 동안 공모 ELS를 팔지 않는다”는 증권사 측 설명이었다. 대형마트처럼 증권사들도 공모 ELS, DLS(파생결합증권), ELB(원금보장형 ELS) 등을 팔 수 없는 ‘의무휴업일’ 규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간은 분·반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 제출일 이후 4영업일씩이다. 이들 보고서는 1년에 네 번 제출하기 때문에 연간 의무휴업일은 총 16영업일에 이른다.

의무휴업일이 생긴 것은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증권신고서 효력발생 시기’에 대한 조항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ELS DLS 등을 판매하기 위해 일정 기간의 판매 예정 물량과 과거 영업실적 등이 포함된 ‘일괄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먼저 제출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분기보고서나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면 이 내용을 일괄신고서에 반영해 ‘정정신고’를 해야 한다. 시행규칙상 정정신고는 영업일 기준 3영업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에게 ELS 발행사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증권사들은 지난 14일 반기보고서를 공시하고 ‘일괄신고서 정정신고’를 금융위에 했다. 일괄신고서 효력은 21일부터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21일 상품설명서 격인 투자설명서를 공시했고 청약은 22일부터 시작됐다. 총 4영업일 동안 공모 ELS의 상품 판매가 중단된 셈이다.

증권사 ELS 담당자들은 ‘의무휴업일’ 기간이 너무 길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증권사 파생상품담당 임원은 “ELS나 DLS는 가입 시기의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향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쌀값이 떨어져 쌀을 사놓고 싶은데 마트나 백화점이 모두 문을 닫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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