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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자금회수 '고전'…年3조 쏟아부은 금융권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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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묻지마 대출' 경쟁
'사모펀드發 금융부실' 경고음

인수금융 전문펀드까지 등장 '과열' 양상
저축은행 줄도산 부른 'PF사태' 재연 우려



[ 고경봉 / 안대규 기자 ] 금융당국이 인수금융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 것은 ‘제2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2011년 PF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며 저축은행이 줄도산했던 게 사모펀드(PEF) 인수금융을 통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것.

인수금융 규모는 10조원 수준으로 당시 50조원에 달한 PF 대출잔액에 비해 적은 규모이긴 하다. 하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잠재된 금융권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묻지마 대출 경쟁

금융권의 인수금융 규모는 매년 2조~3조원가량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차환(리파이낸싱) 물량을 제외하고 연평균 3조원 가까운 신규 대출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PEF들은 통상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때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줄이고, 자기자본이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대출로 조달한다. PEF가 늘어나는 만큼 비슷한 규모의 대출 수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성된 PEF 48조원 중 투자대기 상태인 자금이 18조원인데 이만큼 대출수요가 잠재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금은 느는 반면 돈 굴릴 때가 마땅찮은 은행은 물론 증권사까지 인수금융 대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이 PEF 대출채권을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재매각하는 일반적인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네파 인수 당시 우리투자증권이 480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등 은행 못지않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PEF에 직접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것보다 대출을 해주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올 들어서는 인수금융 전문 펀드까지 등장해 대출 경쟁에 가세했다. 신한은행이 인수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시니어론펀드를 만들었고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인수금융 시장의 경쟁 격화는 금리와 수수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만기 5년 기준 연 6.5% 안팎이던 금리는 최근 4%대까지 떨어졌다. 금융권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지만 인수금융시장은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외국계 PEF도 한국 시장에서 인수금융 자금을 조달할 정도다. 세계 최대 PEF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은 올해 초 ADT캡스를 인수하면서 이례적으로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칼라일이 매력을 느낄 정도로 한국 은행들이 제시하는 인수금융 금리와 수수료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PEF 디폴트 가능성

이런 가운데 PEF들의 투자 회수 부진에 따른 인수금융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IB업계는 최근 인수금융 디폴트가 발생한 보고펀드의 LG실트론 투자건에 이어 ‘제2의 LG실트론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PEF들이 인수한 기업 중 경영이 악화되거나, 적당한 인수후보를 못 찾아 애를 먹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MBK가 1조원 넘게 대출금을 끌어다 인수한 씨앤앰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매각에 나선 지 1년이 넘도록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자는 “인수금융은 PEF의 투자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성장성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데 ‘묻지마 대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인수금융 규모가 1조원을 웃돌 정도로 커지다 보니 한두 건만 회수에 실패해도 대형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안대규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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