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정치부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얼음물 벼락을 맞았습니다. 그럼에도 시원하게 웃었는데요. 스스로 끼얹었기 때문이겠죠. 무엇 때문에 물벼락을 자청했을까요? 바로 국내외에서 번지고 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바람이 최근 정치권에도 불어든 까닭입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치료법 개발을 위한 모금 운동입니다. 얼음물을 맞을 때 느낌이 루게릭 환자들의 근육이 굳어질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정상인들이 루게릭 환자들의 현실을 공감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벤트를 시작했는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거죠.
얼음 물을 맞은 사람이 다음 차례 3명을 공개적으로 지명하는데 만일 지명받은 사람이 물벼락을 맞기 싫다면 100달러(약 11만원)를 루게릭병 후원회에 자발적(?)으로 기부해야 합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지명을 받았는데요. 정치권 물벼락 맞기 시작은 21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이 물벼락을 맞은 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을 지목했고 나 의원이 22일 물벼락을 맞고 모 종합편성채널 앵커를 지목했습니다. 이 앵커가 김 대표를 지명한 겁니다.
지명 소식을 들은 김 대표는 “반바지도 입었는데 물벼락 못맞겠냐”며 적극 동참 의사를 밝혔고 22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가진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전체회의를 마친뒤 이 행사에 동참했는데요. 떨리는 표정으로 “얼음이 이리 많노”라며 놀라워 하던 김 대표는 “종편 채널 기자가 저를 지명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게 됐다”며 “루게릭 환자 여러분 힘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지명받은 자는 주변 지인들이 옆에서 얼음물을 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김 대표는 “뭘 그렇게 하노? 내가 하면 되지”하며 본인이 직접 얼음물을 머리 위에 쏟았습니다. “시원합니다”라며 머리를 쓸어올린 김 대표는 활짝 웃으며 다음 물벼락을 맞을 지명자 3명을 지목했습니다. 대표 취임 후 과도한 쓴소리를 자제해 왔던 김 대표는 이날 지명자 3명을 각각 언급하며 오랜만에 의미심장한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김 대표는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을 지명한다. 찬물 뒤집어쓰고 정신 차려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당내 강경파 좀 잘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당시 여야 원내대표 카운터파트였던 김 대표와 박 의원은 정치권 내에선 소주도 함께 즐겨마실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데요. 박 의원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 문제로 경색된 정국 상황에서 김 대표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얼어버린 정국을 풀 수 있을까요?
두번째 인물도 다소 의외였습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는데요. 김 대표는 “김 실장은 너무 경직돼 있다. 찬물 맞고 좀 유연해졌으면 좋겠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세번째 인물을 말할 땐 잠시 망설였는데요. 기자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 아니냐”며 조마조마했습니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들 사이에서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수 차례 지명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죠.
의외의 인물이 지명됐습니다. 김 대표는 “노사정 위원회를 떠났던 한국노총이 위원회에 다시 복귀하는데 큰 결단을 내린 김복만 위원장을 지명한다”며 “여기엔 존경의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사가 끝난뒤 “박근혜 대통령도 (아이스버킷 챌린지) 지목을 당했는데 어떻게 보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대통령도 참여)하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즐거워할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딱딱하고 권위있는 느낌만을 주는 정치인들이 직접 시원하게 물벼락을 맞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정치인들이 당장 얼음물을 맞으며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진짜 국민들이 궁금한 건 이날도 김 대표 스스로 수차례 강조했던 ‘보수혁신’, ‘정치혁신’의 실체일 겁니다. 앞으로도 김 대표가 물벼락 맞는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여과없이 정치개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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