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의 엔지니어링 소재 계열사인 현대EP의 시세를 조종할 목적으로 증권사 직원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10억원대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적 성격이 큰 연금 관계자가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검찰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조재연 부장검사)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자금운용 담당자 A씨와 모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B씨, 증권사 직원 C씨 등 세 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또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 본사 등 수곳을 압수수색, 회계장부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C씨는 2012년 6~7월께 “사학연금이 현대EP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B씨에게 수억원대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사학연금의 자산 운용을 담당하던 B씨는 이 중 일부를 A씨에게 건네 지분을 매도하지 않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학연금은 현대EP 전체 지분의 2.7% 정도를 보유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EP 주가는 이 때문에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연기금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상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6월 주당 4000원대 후반에 불과했지만 7월말에는 50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
검찰은 체포자들을 상대로 로비자금의 출처와 함께 다른 종목에 대해 추가 시세 조종을 벌이지는 않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현재까지 직접적인 시세차익을 실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학연금 외에도 다른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또 다른 혐의자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교원공제회 관계자도 같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증권범죄합수단이 출범한 이래 시중 자산 운용사가 아닌 연기금 관계자의 비리 연루 행위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금융권을 중심으로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시중 자산운용사를 일제히 점검한 결과 상당수 펀드매니저 등 임직원이 차명계좌 등을 활용해 개인 수익을 거두는 등 불법 행위가 전반적으로 관행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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