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추적
송파서 洞空 8월 7개…"9호선 공사 탓" 추정
상하수도·지하상가 노후화, 개보수는 미흡
"취약지 지질조사 20~30m 간격 촘촘히 해야"
[ 문혜정 / 이현진 기자 ]
이달 들어서만 서울 송파구에 대형 싱크홀(지반침하) 1개와 동공(지하 빈 동굴) 7개가 발견되면서 도심 지하공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000년대 중후반 농촌 지역에서 가끔 발생하던 싱크홀이 서울 울산 등 대도시 중심 지역에서 연이어 생겨나고 있어서다. 대도시 지하공간엔 지하철 지하차도 상하수도관 가스관 등이 거미줄처럼 지나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초부터 올 7월까지 2년7개월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53개에 달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싱크홀 등의 원인은 차치하고 지하공간 시설물 등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2000년대 들어 지하공간 현황파악을 시작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군 지역은 아직 조사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달간 송파구서 동공만 7개
국내 ‘도심 싱크홀’에 대한 우려는 지난 6~7월 송파구 방이동 일대에서 4건의 지반침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5일 방이동 싱크홀에서 1㎞ 남짓 거리에 있는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입구부분에서 폭 2.5m, 깊이 5m가량의 지반침하가 일어났고 서울시가 이 싱크홀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공 7개를 발견하면서 심각성이 부각됐다. 지난 19일엔 울산 중구 우정동 도로에서 폭 1.5m 싱크홀이 생겨났으며 20일엔 충북 단양에서 직경 3m, 깊이 10m가량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송파구 싱크홀과 함께 발견된 동공 중 일부는 폭이 5~8m, 길이가 80m에 달할 정도로 대형인 데다 지하차도와 지하철 공사 구간 사이에 위치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형 동공 20㎝ 거리에 광역상수도관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 기둥에서도 20여군데 균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하철 공사 탓으로 추정”
송파구에서 연이어 나타난 싱크홀과 동공 원인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외부 전문가그룹에 의뢰해 현장조사 등을 했지만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를 위해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약한 지반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도의 답변만 내놨다. 원인 규명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서울시 및 시공사가 원래 지반이 약한 것을 알면서 묵인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등의 논란만 불거지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 놓인 지하공간
잇따르는 싱크홀은 갈수록 늘어나는 지하공간 개발을 감안할 때 도심 개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지하에는 29개 공공지하보도시설과 20개 노선(682㎞)의 지하철, 1만300㎞의 하수관망 등이 들어가 있다. 상수도관과 전력망, 지하도로와 지하상가도 있다. 대부분 196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부설·개발돼 50~60년이 지난 곳도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보나 도면은 시가 전산시스템으로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 시설물이 노후화됐는데도 관리 주체별로 제때 보수·교체하지 못한 것, 일부 지역에선 부실시공했거나 비효율적으로 난개발한 것이 문제”라고 털어놨다. 윤태국 한국시설안전공단 시설안전연구소 그룹장도 “도심 지반침하는 매설 시설물이 낡을수록, 공사 과정에서 예방과 관리가 소홀할수록 일어난다”며 “최근 싱크홀은 굴착 채굴 등의 개발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싱크홀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도심 싱크홀의 경우 복구 공사가 우선이어서 원인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통합 지질 연구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질이 취약한 지역은 100m마다 군데군데 지질조사를 하는데 지역에 따라 20~30m마다 더 촘촘히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싱크홀이란
땅 꺼져 생긴 구덩이…깊이 수백m 달하기도
‘싱크홀(sink hole)’은 원래 자연적인 현상의 하나로 땅이 가라앉아 생긴 구덩이를 말한다. 인위적인 개발이 직간접적 원인이 된 경우는 지반침하로 지칭하는 것이 옳다는 게 지질 및 토목공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반침하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가 “싱크홀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연 상태의 싱크홀은 석회암 등 퇴적암이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땅속 흙이 함께 쓸려가거나 특정 성분이 녹아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꺼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지상에서 볼 땐 둥근 모양으로 거대한 원통 혹은 원뿔형 공간이 지하에 생긴다. 지름은 수십m, 깊이는 수백m에 이르기도 한다. 바다와 산악 지대에서도 발견된다.
세계적으로 싱크홀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점차 도시 내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원인도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지하수 개발, 도시 상하수도관 누수, 지하철 공사 등의 탓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재(人災)에 가까워지는 양상이다. 도시 내 지반침하가 많아지자 ‘도심 싱크홀’이라는 명칭도 생겨났다.
도심 싱크홀의 대표 사례는 2007년과 2010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발생한 것이다. 2007년 도심 한복판에 깊이 100m의 웅덩이가 생기면서 주택 20여채가 사라졌다.
이에 비하면 국토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진 국내에선 그동안 싱크홀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 싱크홀 빈도수가 적었고 발생 지역도 도심이 아니라 시 외곽이나 농촌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전남 무안, 2008년 충북 음성에서 싱크홀이 나타났고 2007년과 2012년에는 충북 청원군 탄광 부근에서 논이 내려앉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2년에는 인천 서구 지하철 공사현장 부근에서 둥근 모양으로 27m가량 땅이 가라앉았다.
문혜정/이현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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