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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데스크] 세월호, 국민들도 위로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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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슬픔은 격정과 분노를 동반한다. 타인에 대한 불신과 경계감,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모든 것들에 대해 원망과 한탄을 쏟아내는 고통스런 과정이다. 자연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다행스러운 감정의 동선이다.

분노의 끝은 고요와 침잠이다. 공격이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슬픔은 내부로 파고든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경계선이다. 슬픔을 치유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무력감과 우울감에 휩싸여 분노의 표출 대상을 자신으로 바꿀 것이냐의 기로다.

희생자 가족들, 외롭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영성의 손길로 어루만졌다. 가장 뭉클한 장면은 단원고 학생 고(故)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 대한 세례였다. 6㎏짜리 나무 십자가를 메고 진도 팽목항에서 대전 월드컵 경기장까지 38일간의 ‘도보순례’를 마친 그였다. 교황은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부여했다. 이씨는 “진정한 천주교인으로서 한 줌 부끄러움 없이 늘 겸손하고 남을 위해 기도하면서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로써 그의 슬픔은 온전히 치유되는 것일까.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했지만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슬픔을 극복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례식에 참석했던 이씨의 딸 아름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우리 모두를 숙연케 하는 절박함으로 가득하다. “저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황님이 아니라 어떤 누가 되더라도 아빠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요. 모든 분들이 아빠를 응원해주시길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아빠라는 걸 조금만 알아주셨음 좋겠어요.” 교황은 그렇게 의미 있는 힐링의 발자취를 남겼다.

세월호 가족들은 더 이상 고립된 소수가 아니다. 이제 주변을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자신들을 안타깝게 지켜봐온 수많은 눈빛들이 있을 것이다. 300만여명이 희생자 분향소를 다녀간 터다. 샛노란 리본만큼이나 선명한 슬픔의 바다에 함께 빠졌던 국민들이다. 그들에게 말해야 한다. “그동안 감사했다. 이제 안심하시라”고. 공동체는 슬픔과 위로를 나눔으로써 더 선해지고 공고해진다. 그렇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대참사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을 야박한 걱정이라고 타박해서도 안된다. 남모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고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접는 것도 아니다.

슬픔을 넘어선다는 것

가족들은 슬픔을 온전히 극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들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와 침잠의 경계선을 넘나들 것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감정의 먼지들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고통의 극한. 하지만 자욱한 먼지들이 가라앉고 나면 언제나 남는 것은 체로 거른 듯한 슬픔의 정수(精髓)다. 그 슬픔은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치유는 결국 당신의 몫’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할 것이고, 정부는 국가 대개조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족들을 다시 만나 마음의 빗장을 풀도록 배려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의 한 막을 내려야 한다.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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