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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 순교의 땅 찾아] 당진 솔뫼…서울 서소문…서산 해미…'순교자의 길' 성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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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찾는 한국의 성지


[ 박상익 기자 ] 한국 천주교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외부 선교 없이 자생적으로 발전했고 수많은 박해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1784년 중국에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이 동료 이벽에게 세례를 주며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가 시작된다. 5년 만에 신자가 5000명으로 늘었지만 순교의 역사도 같이 시작됐다. 1791년 전주에서 처형된 첫 순교자 윤지충을 비롯해 200년 동안 1만여명이 순교할 정도로 조선의 천주교 박해는 혹독했다.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가 특히 심했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중 신유박해 때 순교자가 53위, 기해박해 18위, 병인박해 20위 등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도 한국의 순교 성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후 방문할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는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다. 교황은 이날 김 신부 영정에 장미꽃을 바치고 솔뫼성지를 찾은 사람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성지에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와 제3회 한국청년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과 성소자(사제나 수도자 지망자), 당진 지역민 등 1만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엔 광화문에서 봉헌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에 앞서 서울 중림동 서소문 역사공원 내 서소문 순교성지에 간다. 서소문은 한국 천주교회의 초기 신앙인들이 ‘패륜의 죄인’이라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 대표적 순교성지다. 교황은 서소문 성지에서 현양탑 앞 제대에 헌화할 예정이다.


서소문에서 순교한 윤지충, 홍낙민, 이현, 정약종의 후손과 이승훈의 후손인 이태석 서울대교구 병원사목부 신부 등이 동행한다. 교황은 순교자들이 삶을 마친 서소문 성지를 시작으로 순교자들이 형조에서 끌려온 길을 따라 광화문으로 향한다.

방한 4일째인 17일에는 충남 서산 해미성지를 찾는다. 해미성지는 ‘천주학 죄인’들이 생매장당한 순교지에 조성됐다. 이곳에 있는 ‘여숫골’이라는 지명은 ‘예수 마리아!’라는 천주교 신자들의 기도 소리를 ‘여수머리’로 알아들은 데서 유래했다. 신자들이 처형됐던 해미읍성의 서문은 순교자의 시체를 내가던 곳이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을 찾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한 뒤 지하 소성당에서 기도하며 순교자들의 유해를 참배한다.

이곳에는 조선에서 선교하다 순교한 앵베르 주교, 모방 신부,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인 최경환 등 기해·병인박해 당시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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