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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리포트] 아르헨 디폴트는 시작일 뿐…'D·I·G'에 파묻히는 위기의 10개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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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t - 정부부채 허덕이는 그리스
4년만에 국채시장 돌아왔지만
부채 비율 여전히 174.4%

Inflation - 베네수엘라 2년새 물가 두배
공식환율 달러당 6.3볼리바르
암시장선 70볼리바르에 거래

Geopolitical risk - 경제에 毒된 '카이로의 봄'
외국인 투자·외환보유액 줄어…이집트 신용등급 3년새 6차례↓



[ 김순신/김보라 기자 ]
“아르헨티나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가 미국계 헤지펀드들과의 부채상환 협상에 실패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자 국제 금융계에서는 디폴트에 빠질 ‘다음 타자’가 누가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가 재정이 취약하고 부채 비율이 높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신흥국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도 헤지펀드와의 협상 실패가 디폴트의 직접적 원인이 됐지만 고인플레이션 등으로 신용등급은 이미 ‘바닥’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USA투데이는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10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Caa1 이하로 매기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의 국가가 디폴트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21단계 중 17번째로 낮은 Caa1은 투기 등급으로, ‘상당한 신용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또 이 빚을 갚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들 국가가 디폴트 위기에 몰린 이유는 크게 과도한 채무(debt), 인플레이션(inflation), 지정학적 위험(geopolitical risk) 등으로 나뉜다.


부채에 고통받는 그리스·키프로스

그리스 키프로스 자메이카는 과다한 정부부채에 허덕이는 국가들이다. 그리스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에 육박했다. 그리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 4월 4년 만에 세계 국채시장에 돌아왔지만, 정부부채 비율은 여전히 174.4%에 달한다. 아직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지난해 3월 ‘구제금융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로부터 100억유로(약 14조72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한 키프로스도 비슷하다. 올 들어 구제금융 1년 만에 2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정부부채 비율은 여전히 121.5%나 된다. 무디스는 “유럽 지역의 전례 없는 초저금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의 키프로스 채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채의 부도 위험은 줄어들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키프로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카리브해 지역의 자메이카도 정부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자메이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9억5900만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GDP의 133.7%에 달하는 정부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자메이카는 정부 세출액의 약 55%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나머지 20%는 공무원 월급으로 나가고 겨우 20%만으로 270만명의 국민을 위한 교육, 보건, 국방에 사용하고 있다.

살인적 물가상승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실질 물가상승률은 40.7%에 달한다. 물건값이 2년도 채 안돼 두 배로 뛰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2년간 연간 물가상승률이 10% 수준이라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이 조사한 실제 물가상승률은 30%를 웃돈다. 마틴 레드라도 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지 몰라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양국의 통화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1년 동안 하향곡선을 그려 지난 7일 달러당 8.2640페소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1년간 49%나 하락했다.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공식환율은 달러당 6.3볼리바르이지만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70볼리바르에 거래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보도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외환시장 왜곡, 해외수지 악화 등을 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를 덮친 통화가치 하락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지도자들은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정 불안 덫에 걸린 이집트·우크라이나

‘카이로의 봄’은 이집트 경제에 독이 됐다. 2011년 시민혁명을 성공시킨 이집트는 40년간 이어졌던 군부 철권통치가 끝나자마자 좌우 대립이 극심해졌다. 정치적 혼란은 민간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끼쳤다. 외국인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이집트는 IMF와 지금까지 2년 넘게 구제금융 협상을 벌여오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2011년 소요사태 이후 60% 넘게 급감했다. 무디스는 2011년 이후 이집트의 신용등급을 여섯 번이나 내렸다. 무디스는 “이집트는 정치적 교착 상황이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자와의 갈등으로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도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 강등됐다. 빅토르 야노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친 러시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론은 분열됐고,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합병됐고 도네츠크 등 동부 지역에선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WSJ는 “우크라이나는 정치 혼란이 심각하고, 외환보유액 감소와 러시아의 금융 지원 철회 등 악재가 겹쳤다”며 “우크라이나 경제 전망은 어둡다”고 분석했다.

김순신/김보라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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