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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카톨릭 신자의 수장' 교황, 한반도에 어떤 울림 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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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소형차 타고 빈자와의 식사
교리논쟁보다 사회적 봉사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일정으로 오는 14일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 방한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세계 12억여 가톨릭 신자를 인도하는 266대 가톨릭 수장으로 취임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쁜 일정…시청~광화문 퍼레이드

교황은 당일 오전 10시30분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한다. 이날 오후 교황은 청와대 공식환영식에 참석한다.

이어 서울 중곡동에 있는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로 옮겨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난다. 둘째날엔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에 온 각국 청년 대표들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한다.

방한 셋째날 교황은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참석한다.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1.2㎞ 구간에서 퍼레이드도 한다. 넷째날인 17일 교황은 하루 대부분을 충남 서산 해미에 머문다. 이곳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한다. 한반도 평화메시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교황은 이날 오후 1시께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한국을 떠난다.

성자 프란치스코 이름 따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이고 소탈한 행보로 유명하다. 최근 팔레스타인 방문 때 교황은 고위 성직자나 정치 지도자들과 식사하지 않고 가난한 기독교인 가족과 함께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만찬 초대를 사양하고 시리아 난민과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브라질 방문 당시 차 창문을 내려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2000년 역사에서 첫 남미(아르헨티나) 출신이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이다. 22세에 예수회에 입문한 그는 평생 가난한 자들을 위해 헌신해왔다.

본명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인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13세기 성자 프란치스코(1182~1226)를 본받기 위해서다. 성자 프란치스코는 이탈리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하다 20세에 모든 재산을 버렸다. 성자는 이후 청빈을 인생 목표로 세워 평생 병자와 빈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어릴 때 화학 기술자를 꿈꿨지만 스물두 살 때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추기경이 된 이후 그는 한 번도 화려한 추기경 관저에 들어가 산 적이 없다고 한다. 작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직접 음식을 해먹고 옷도 수선해서 입었다.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도 않았다. 출퇴근용으로 시내 버스를 이용했다. 교리 논쟁보다 사회적 봉사가 교회의 주요 임무라고 생각한다.

낙태·안락사 반대…교황은 보수

교황은 교리적으로 교황청 공식 입장에 충실한 보수주의자다. 동성애, 낙태, 피임, 안락사 등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질병을 막기 위한 피임기구 사용에는 찬성한다.

동성결혼은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의 권리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미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개혁적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희망하는 사람을 위해 조언도 한다. 그는 최근 아르헨티나 주간지 ‘비바’와의 인터뷰에서 “TV를 끄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라. 다른 사람을 개종시키려 들지 말라”며 10가지 지침을 강조했다.

교황은 ‘먼저 행동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움직이라’는 로마의 격언을 인용해 서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행복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타인의 신념을 존중할 것을 강조하면서 교회는 개종활동이 아니라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황과 황제 충돌의 역사

서양 역사에선 교황과 황제 간 충돌 기록이 많다. 황제는 세속의 권력을, 교황은 종교적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카놋사의 굴욕’이다. 황제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성직서임권을 놓고 갈등을 빚은 데서 시작된 사건이다. 성직자를 임명하는 권한은 교회 수장인 교황에게 있어야 했지만 속세 영향력이 강한 황제가 서임권을 행사했다. 중세 초의 교회는 힘이 강한 황제의 보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지나 교황의 힘이 강해지자 교황은 서임권을 되찾아오려 했다.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는 서임권을 되찾아가려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를 폐위해버렸다. 이에 맞서 교황은 1076년 황제를 파문했다. 사태는 하인리히 4세 휘하의 영주들이 교황 편에 서서 반기를 들면서 급격하게 교황 쪽으로 기울었다. 하인리히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당시 교황이 머물고 있던 이탈리아 북부의 카놋사 성까지 직접 찾아가 한겨울에 맨 발로 성 밖에서 용서를 빌었다. 굴욕이라 할 만하다.

후일 하인리히 4세는 전세를 만회해 다시 그레고리우스 7세를 폐위하고 로마를 함락, 그레고리 7세를 축출했다. 그레고리는 도망쳐 살다가 죽었다. 가톨릭 수장인 교황도 과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셈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교황 선출은 추기경단 콘클라베 개최, 외부와 차단된채 투표로 뽑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나이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가톨릭 세계를 이끌고 있다. 266대 교황이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자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어떻게 선출될까. 교황은 선거 시스템인 ‘콘클라베(conclave)’를 통해 결정된다.

콘클라베는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뜻한다. ‘열쇠로 잠그는 방’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라틴어의 Cum(함께), Clavis(열쇠)의 합성어다.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추기경들은 그 방에서 나오지 못한다. 오늘날의 콘클라베는 이탈리아 비테르보에서 1268년 말 시작됐다. 최종 결정까지 3년이 걸렸다. 선거가 길어지자 비테르보 시 당국과 시민들은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빵과 물만 공급했다.

이를 통해 선출된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는 이것을 1274년 제도화했다. 콘클라베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의 사임이나 서거 후 15~20일 이내에 진행된다. 전 세계 80세 미만인 120명 이내의 추기경단이 선거에 참가한다.

추기경들은 빵과 포도주, 물만을 공급받으며 외부와 차단된다. 투표는 사전에 입후보하거나 추천되는 후보 없이 한 추기경이 3분의 2 이상 득표를 얻을 때까지 계속된다. 3일간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 경우 최다 득표자 2인을 추려내 이 중 한 명이 3분의 2 이상 득표 때까지 계속된다.

최다 득표자 2인은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거나 선출되었을 때 외부에 연기로 결과를 알린다. 투표용지를 태워 검은 연기가 나면 선출되지 않은 것이고, 화공약품을 섞어 태워 하얀 연기가 나면 선출된 것을 뜻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간 5차례의 투표로 선출됐다.

권대겸 인턴기자 eogur10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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