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재벌은 일본경제 발전의 역사
후계 경영자들이 재벌의 흥망성쇠 결정 ##‘재벌’(財閥)의 원조는 일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쓰이는 ‘재벌’이란 용어는 메이지 시대 중반 야마나시현 출신의 사업가들이 단결해 경제계에서 선풍을 일으키자 일본 언론들이 첫 사용했다.
당시 ‘재벌’은 “같은 현(한국의 도 정도) 출신의 기업가 집단”을 의미했다. 메이지 시대 중기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이 ‘재벌’로 불렸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이들 경제집단을 가르키는 말로 ‘재벌’ 용어가 정착됐다. 일본경제사 연구가인 모리카와 히데마사는 “부호의 가족, 동족의 폐쇄적인 소유, 지배 아래 성립된 다목적 사업체”로 정의했다.
요즘도 일본에서 동족적인 다각적 사업체들 가운데 지방에 정착해 지방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기업집단을 ‘지방 재벌’로 지칭한다. 단행본 ‘일본의 재벌<요센(洋泉)사>의 내용을 소개한다.
## 일본 재벌의 탄생과 종류 ##재벌은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탄생했다. 메이지유신 후 메이지 정부는 ‘부국강병과 산업융성’을 국시로 내걸었다. ‘미국과 유럽을 쫓고, 미국과 유럽을 추월하자’를 슬로건으로 삼아 근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각종 산업은 물론 금융, 정보, 인프라 정비도 서둘렀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부를 쌓아 일본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주역이 바로 재벌들이다.
재벌은 ‘성립 방식’과 ‘업종 특징’에 따라 3개 군으로 분류된다. 먼저 성립 방식으로 세 종류로 구분한다.
(1) 에도시대의 거상으로서 지위를 유지해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정부의 근대화 정책에 따라 발전한 기업들이다. 미쓰이, 스미토모그룹이 대표 주자다.
(2) 에도시대 말기 또는 메이지 초기에 소규모 사업으로 시작해 20~30년에 걸쳐 재벌로 성장한 그룹이다. 미쓰비시, 야스다, 가와사키, 후루카와, 오쿠라, 아사노 등이다.
(3)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급성장, 군부의 진출에 호응해 성장한 형태다. 니혼산교, 니혼짓소, 니혼소다 등이 대표 그룹이다.
업종별 특징을 기준으로 3개군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1) 상업 공업 금융 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기업을 운영하는 종합 재벌이다.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이 대표 그룹이다.
(2)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는 금융재벌들도 있다. 야스다, 야마구치, 고노이케, 노무라그룹 등이다.
(3) 특정 산업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아사노(시멘트), 후루카와(구리 광산 및 금속가공), 가와사키(조선), 니혼산교 니혼짓소 니혼소다(중공업) 등이다.
일본 재벌들은 ‘원래 손을 댔던 업종’이나 ‘발전이 예상되는 업종’에서 첫 사업을 출발했다. 창립 후 사업 전개 방식은 창업자나 경영 후계자의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이들 후계 경영자들의 판단이 결국 그룹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었다.
이들 일본의 재벌은 ‘4대 재벌’ ‘10대 재벌’ ‘15대 재벌’ 등의 숫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 일본 재벌이 거대한 된 비결 ##재벌이 거대화한 배경에는 ‘정치 상인(政商)’ ‘광산’ ‘중공업’이 있다. ‘정상’들은 정치권력에 밀착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사업을 키웠다.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국가의 자금을 위탁받은 특권 기업
(2) 정부 또는 왕실의 대리 상인
(3) 정부로부터 비호를 받은 기업
첫 번째를 대표하는 기업이 미쓰이다. 미쓰이는 미노무라리자에몬 시절 ‘신화폐 교환 업무 대행’을 맡았다. 메이지 정부의 화폐 정책의 일익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룹을 키웠다.
두 번째를 대표하는 기업은 오쿠라. 창업자인 오쿠라 기하치로는 대만 출병과 청일전쟁 등에서 병력과 군수 물자의 수송을 맡아 커다란 부를 축적했다.
세 번째는 대표하는 기업이 미쓰비시다. 대만 출병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정부의 신뢰를 얻은 뒤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운업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본 재벌들이 ‘정치 상인’을 배경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창업자가 정치상인이라고 해도 후계자가 ‘정치 상인’에서 탈피해 회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정치상인에서 출발한 재벌들도 광산을 소유하거나 공업화 시대의 파도를 타고 급성장했다. <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
한경닷컴 최인한 기자 janus@h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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