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국내 대표적인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을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기관이 환율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중남미 지역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고, 한세실업도 사이판, 과타말라, 베트남 등에서 미국 유명 바이어(Abercrombie & Fitch, AMERICAN EAGLE, GAP, HOLLISTER )들이 주문한 의류를 수출하고 있다.
◆ 4~5월 이후 본격 반등…저점 대비 영원무역 41%↑ 한세실업 50%↑
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주가그래프는 지난 4~5월 이후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후 지난달 14일에는 이들 모두 나란히 연중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원무역은 올해 저점(3만4850원, 4월8일) 대비 최고 41%까지 뛰어올랐고, 한세실업의 경우 저점(2만450원, 5월9일)에 비해 50% 가까운 주가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내수 의류기업들은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 영향에 따른 소비 위축 탓에 부진한 실적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업황 부진 속에서 OEM 기업들만 주가 상승세를 탄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OEM산업의 대대적인 생산기지 이동이 시작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력을 가용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OEM사로 주문이 집중되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 모두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에 주요 설비를 두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의류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최대 수혜주(株) 꼽히고 있다는 얘기다.
◆ 기관 편식 뚜렷…영원무역 87억 원 어치 '사고' 한세실업 '104억 팔고
그렇지만 주가상승의 '양대 산맥'인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시선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영원무역은 주로 기관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고, 한세실업의 경우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보유비중을 더 많이 늘리고 있다. 특히 기관은 한세실업을 대거 팔아치우고, 영원무역을 쓸어담고 있다.
기관은 한세실업이 연중 최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도중인 지난달 10일 이후로 '팔자'를 외치고 있다. 전날까지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매물을 쏟아냈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이 내놓은 매물은 약 38만주, 금액으로는 104억 원 가량이다.
이와는 반대로 영원무역의 경우 같은 기간 엿새를 빼고 매일 순매수, 약 21만3300주(87억여 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연일 기준으로는 한세실업을 6일 연속 팔고 있고, 영원무역은 5일째 사고 있다.
기관의 편식은 OEM사에 불가피한 환율 하락 리스크 때문이란 분석이다. 영원무역이 한세실업보다 환노출도가 5배 가량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 원·달러 환율 50원 빠지면 영원무역 영업이익률 0.7%P↓ 한세실업 1.2%p↓
동부증권 박현진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외형 증감과 수익성 변동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매출 성장에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원자재 매입의 상당 부분을 미국 달러로 결제해 일정 수준 자연 헷지(hedge)가 가능하지만, 매출금액과 매입금액 간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환율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와 부자재 조달 시 사용하는 화폐와 해외 수입국 그리고 생산국의 환율 동향에 따르 분명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재 한세실업의 경우 환노출도는 25% 수준으로 과거 40% 대비 축소국면에 있다"면서도 "영원무역은 이 노출도가 5%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50원 하락할 때 한세실업의 영업이익률은 1.2%포인트 감소하고, 영원무역은 0.7%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그는 "양사의 이익변동성은 환율이라는 변수 이외에도 인건비 등 복합적인 이슈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며 "2008~2009년과 같이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는 한 실적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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