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민원 백태
지난 4월 독일산 중형 세단을 산 장모씨(51). 차량을 받을 때 이미 우측 앞 범퍼에 흠집이 있었다. 장씨는 “나중에 범퍼를 수리해주고 다른 하자가 있으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영업사원 말만 믿고 차를 가져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자세히 보니 범퍼와 전조등 사이가 벌어져 있었고 운전할 때마다 핸들이 우측으로 쏠렸다. 장씨는 “처음부터 결함 있는 차량이니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요청을 거부했고 해당건은 한국소비자원 민원사항으로 넘어갔다.
지난 3월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한 이모씨(45)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차를 받은 지 보름이 지나 뒤늦게 운전석 쪽에서 유리 조각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정품 유리를 중고 유리로 갈아 끼우면서 떨어진 파편이었다. 이씨는 이 건을 소비자원에 신고하고 수입차 판매원과 지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수입차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민원건수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민원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입차 판매업체들이 차량 판매에만 신경을 쓰고 소비자 손에 차를 넘겨준 뒤에는 나 몰라라 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입판매회사들은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소비자들은 혼자 속앓이하다 결국 소비자원이나 소비자단체를 찾는다.
지난 1월 수입 소형차를 산 천모씨(38)도 비슷한 사례다. 처음 운전한 날 멀쩡했던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가 하루 뒤 먹통이 됐다. 계기판에 불이 들어 오지 않아 야간 운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즉시 판매 업체에 다른 차로 교환을 해주거나 환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는 “처음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운전자 과실일 수 있다”며 수리만 해주겠다고 했다. 천씨는 바로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해 차 구입 가격으로 환불을 받았다.
1억원대 고가 수입차를 산 김모씨(53·여)는 4년 넘도록 수입차 업체의 횡포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2010년 초 차를 살 때부터 소음과 진동이 심해 수리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1년이 지난 뒤부터는 엔진에서 심한 굉음이 발생해 엔진 경고등이 켜질 정도였다. 김씨는 너무 불안해 수차례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십 번 더 찾아가 따지자 3년이 지나서야 엔진 내시경 점검을 했다. 그 결과 엔진 실린더 12개 중 8개에 심한 흠집이 있었다. 엔진 수리비만 8500만원이 나왔는데 업체는 무상 수리 기간이 지났으니 수리비의 50%를 부담하라고 했다. 엔진오일을 교환하는데 한달이 걸리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소비자원을 통해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김선환 소비자원 피해구제팀 차장은 “민원을 내도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수입차 업체들이 소비자원 권고를 따르지 않기도 해 제기되는 민원과 비교해 실제 보상받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수진 차장(팀장) 정인설·최진석·강현우 기자(이상 산업부) 김주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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