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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량’ 최민식, 어떤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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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량’ 최민식, 어떤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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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송희 기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최민식이니까.

    최근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최민식은 관객들의 신뢰와는 달리 스스로를 의심하고 못미더워했다.


    12척의 배로 울돌목에서 330척의 왜선을 격파한 명량해전. 그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과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으면서도 임금을 위해 충성을 다한 인물. 그야말로 빈틈이 없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한탄처럼 터져나온 최민식의 한 마디처럼, 너무도 멀고 비현실적인 영웅이었다.

    “한국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꼭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이순신 장군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는 수많은 작품을 지나치고 나서야 김한민 감독의 ‘명량’을 만나게 됐다.


    “그런데 이제 연식이 되다 보니 잔머리를 굴리게 되는 거죠. 처음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걸? (웃음) 망설이게 되는 거예요. 김 감독이 아주 리얼한 해상 전투신을 구현해보고 싶다면서 설명하는데. 저도 슬슬 썩어가는 거죠. 순수하게 작품만 따지는 게 아니라 외적인 걸 염려하게 되더라고요. 도중에 엎어지진 않을지, 제작비며 스태프들 안전사고까지요.”


    우리 모두가 이순신 장군을 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자, 그의 일대기를 알고 있다. 그래서 ‘명량’은 더 많은 고민을 안은 작품이다. “자칫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는 소재”기 때문에. 최민식은 선뜻 출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거였다.



    “그럼 배우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한민 감독의 한 마디는 뭔가요?” 물었더니 최민식은 고개를 저으면서 “술이 웬수지”라고 대답했다. 일순간 웃음이 터졌다.

    “일 얘기는 술자리에서 하면 안 돼요. 어쩐지 맛있는 안주를 많이 사주더라고…. 호남음식점에 모둠전에 술을 엄청 먹었어. 결정적 한마디 같은 거 없어요. 김한민 감독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거든. (웃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민식은 김한민 감독이 가지고 있는 무모한 순수함에 대해 빼먹지 않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독도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우려했던 부분은 그런 거죠. 전국민이 이미 스포일러를 알고 있는 셈이에요. 역사책에서 봐서 알고 있으니. 뻔한 결말을 두고 영화 보는 재미는 무엇이 있어야 하나. 영화에 영상미 같은 것도 좋지만 뿌리는 스토리잖아요. 이순신을 모르는 이도 없고.”


    그래서 더 묵직하고 정직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스태프도, 감독도, 동료 배우들까지 최민식의 이순신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았지만 오히려 최민식은 자신이 만든 이순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처음엔 ‘미화한 것도 있겠지’하는 마음이었어요. 우리에게는 어떤 영웅이 필요하니까요. 저 어릴 때만 해도, 조회시간에 충무공에 대한 노래를 부르곤 했거든요. 그래서 뻥튀기 된 부분이 있지 않나 의문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의 의문은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이순신 장군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접했던 ‘난중일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담담한 글들을 읽으며 절망감에 빠졌다고 했다. 정말이지 “함부로 접근할 수 있는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이잖아요.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쓴 글이니 분명 단초가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요. 뭐 이 분이 약간 다혈질이네? A형 같네? 이런 것 있잖아요. (웃음)”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중 한 구절을 읊었다. “비가 온다. 비. 비. 온종일 비가 내렸다” 그는 점잖게 말해놓고 어깨를 으쓱한다. “이게 끝이에요.” 끝내 어리둥절하다는 태도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그 당시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글에도 드러날 거라고 짐작을 하게 되잖아요. 예컨대 ‘찢어진 내 마음을 대변하듯 빗방울이 가슴을 후벼파는구나’ 뭐 이런 식으로라도요. 그런데 굉장히 담백하시잖아요? 그것만 봐도 성품이 느껴져요.”

    “오히려 형용사나 수식어가 많았다면 이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이는 최민식은 이순신은 아닐지언정 이순신 장군과 아주 가까운 곳을 찾은 이처럼 보였다. 비. 그리고 비. 두 단어에서 이순신 장군의 슬픔을 느꼈다는 이 배우에게서는 거리를 좁히고자 부단히 애써왔던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점점 더 이상한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명량해전을 둔 그분의 심정은 어땠을까. 진짜는 어떤 표정을, 어떤 말투를 가졌을까. 그게 왜 궁금하냐는 거예요. 아무리 원해도 그 분이 될 수 없는데 말이에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죠. (웃음) 무슨 정신병자 같이 매달렸어요.”

    이제까지의 연기 생활과는 달랐다. “여태껏 허구의 인물을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새롭게 만들어도, 덧붙여도 흠결이 없었다. ‘올드보이’ 오대수가 그랬고 ‘파이란’ 강재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명량’은 다르잖아요.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해도 저건 이순신 연기지. 최민식이 이순신은 아니잖아요. 내가 뭘 해도 가짜라는 거…. 옛날엔 ‘맞아 그럼 내가 가짜지 뭐’ 하고 넘겼는데. 이번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자꾸 욕심이 나서.”

    이토록 이순신에 가까워지고 싶었던 그. 최민식이 이순신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존경하던 인물을 만날 때”처럼 진지하고 어려웠다. “애초 3부작으로 기획된 ‘명량’인데. 다음 이순신 역시 최민식 배우의 이순신일까요?” 물었더니 대번에 “나랑은 무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 되니까요. 이건 안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 매달린 거죠. 안 되는데 그렇게 알고 싶은 거예요. 이걸…. 또요? 김 감독도 생각도 안 하고 있어요. 크랭크 업 하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잘해봐라. (웃음)”

    긴 짝사랑 같았다. 너무도 큰 인물을 상대했기 때문일까. 그는 텅 빈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순신 장군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은 그는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단순히 돈을 벌고 아니고의 차원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명량’에 대해 너무 돌직구니, 너무 무겁다느니 비장하다느니 말이 많아요. 하지만 이건 무겁고 비장한 영화에요. 그 명량해전을 가볍게 다룰 순 없잖아요. ‘명량’은 저쪽 방 방구석에 처박아뒀던 것들을 꺼내 먼지도 털고, 행주로 닦아 올려둔 것 같은 영화에요. 조국이나 충성, 의리 같은 것들이요. 오랜만에 이런 미련 곰탱이 같은 영화가 나오게 된 것.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경닷컴 w스타뉴스 기사제보 news@w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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