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요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동적 청중이 아니에요. 대학들 광고가 비슷비슷한 면이 있는데, 이젠 과장되고 실속 없는 광고는 먹히질 않죠. 200여 개 대학이 각자의 특색과 가치를 살린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들고 나와야 통하는 시대입니다.”
한국대학홍보협의회 신임 회장을 맡은 김동규 한신대 대외협력홍보팀장(사진)은 대학 구조조정 시대의 홍보는 달라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요자에게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만큼 관례적·천편일률적 홍보를 벗어나 ‘눈에 띄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
그 수단이 차별화된 대학 고유의 브랜드와 스토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환경의 급변도 대학홍보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지난 25~26일 한신대 오산캠퍼스에서 협의회 집행부 출범식 겸 회장 취임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나선 김 회장은 “예컨대 SNS가 중요 매체가 된 만큼 홍보 담당자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대학의 ‘홍보 대변인’이란 생각을 가져야 할 때” 라며 “전체 구성원이 힘을 합쳐야 대학의 고유 브랜드를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회장에 취임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은.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요즘 대학들의 상황이 어렵다. 반값 등록금, 대학 구조개혁 등으로 홍보 예산은 줄고 SNS나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대학홍보 패러다임도 여기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대학홍보 담당자들이 전략적으로 홍보방안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정보 교류 활성화에 역점을 둬 협의회를 이끌어 나가겠다.”
- 대학홍보가 기업홍보와 다른 점은.
“본질은 같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추구지만 사회적 책임(CSR)도 등한시 할 수 없다. 최근 기업홍보 트렌드를 보면 기업과 제품의 장점을 알리는 것과 함께 CSR에도 관심을 갖는 ‘투 트랙’ 방식이 많다. 대학 역시 우수 자원이 들어와야 원활히 운영되고, 또 대학에서 배출한 인적 자원은 다시 기업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홍보의 초점은 결국 ‘사람’이다.”
- 특정 대학광고가 눈길을 잡아끄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실상이 그렇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장되고 실속 없는 홍보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들에게 소구력을 갖는 홍보방식은 무엇인지 대학도 더 많이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
- 대학홍보 하면 입시광고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상이다.
“수요자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대학의 궁극적 목표는 인재 양성 아닌가. 사회공헌이나 공유가치 창출을 통한 사회적 책임과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광고, 대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홍보가 중요하다.”
- 대학홍보도 보다 트렌디하게 변할 필요가 있지 않나.
“최근 건국대가 브라질월드컵으로 뜬 이영표 해설위원을 모델로 세웠다. 물론 홍보에서 시의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즌에 맞춰 스포츠 스타 마케팅을 하거나 특정 메시지를 담아내면 효과가 크다. 다만 트렌디한 광고가 대학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오랜 시간 사회적 신뢰를 쌓아나가는 대학의 본질적 특성상 그렇다.”
- 말씀대로 대학이 어려운 때다. 홍보 파트 역할이 녹록치 않겠다.
“홍보 파트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광고 제작, 보도자료 작성 등 단순히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면 안 된다. 지금은 홍보 파트가 대학과 외부의 소통 접점 확대도 맡고 있다. 추구하는 홍보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학 본연의 가치를 어떻게 녹여낼지 등을 고민하면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 SNS, 멀티미디어 등 창구가 다양해졌다.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SNS 등 뉴미디어를 담당하는 전문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비(非)전문가인 홍보부서나 담당자 한 명에게 SNS 업무를 전담시키거나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게 고작이다. 이대로 가면 장기적으로 홍보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대학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투자해야 한다.”
- 학생들도 SNS는 많이 활용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SNS를 활용하면서 점차 ‘소셜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공식적·인위적 홍보보다 비공식적·자발적 정보의 효과가 크다. 홍보 담당자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 전체가 대학의 홍보 대변인이란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 재직 중인 한신대는 진보적 학풍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정립에 대해 조언한다면.
“대학마다 특색이 있고 추구하는 교육목표나 인재상, 경영가치 등이 다르다. 대학의 브랜드 역시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달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대학들은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 교육 수요자를 고려하는 경향이 커지는 추세다. 의미 있는 변화다. 학교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니까.”
- 대학 이미지나 사회적 시선을 바꾸기가 참 어렵다.
“단기간에 특정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를 어필하기는 어렵다. 길게 보고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광고·홍보, 입시, 이벤트 등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일관성을 갖도록 기획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 브랜드는 홍보 담당자만 나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합의·지지 등이 전제돼야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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