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지난 25일 오전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 설리의 활동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설리가 열애설에 시달리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발표 직후 이 회사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해 결국 2% 가까운 약세로 마감했다.
YG엔터테인먼트도 이달 초 소속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이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됐던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상반기에 고공 질주하던 엔터주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작은 소문과 사건에도 주가가 출렁이는 엔터주의 최대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터주 3인방인 에스엠, 와이지, JYP Ent. 주가는 하반기에 접어든 뒤 전날까지 모두 10% 이상씩 하락했다. 에스엠이 20%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와아지엔터는 14.9%, JYP는 10% 감소했다.
◆엔터주 '부활', 언제쯤 다시 올까
지난해 부진을 털고 52주 신고가 행진을 세우던 상반기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분위기다. 상반기 엔터주들은 연초 약세장 속에서도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보여왔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소속 배우들의 '몸값'이 오른 것이 가장 큰 호재였다. 소녀시대, 2NE1 등 소속 가수의 컴백도 기대심리를 키웠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여파로 연예계 활동이 얼어붙었고, 크고 작은 연예계 이슈들이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키이스트의 경우 소속 배우 김수현 덕에 웃었다가 김수현 때문에 울어야 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김수현이 중국 생수 광고에 나선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생수의 원산지가 백두산이 아닌 중국식 명칭 '창바이산'(장백산)으로 표기된 것을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논란이 제기된 지난달 23일 키이스트 주가는 하루 새 1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날 JYP.Ent 주가는 5.86% 떨어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동생 유병호 씨가 횡령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유병호 씨는 JYP 대표인 가수 박진영의 장인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했던 주가 부진에 이들 회사 최대주주들도 '울상'이다. 이수만 에스엠 대표의 지분 평가액은 올 6월 이후 390억 원이 증발했다. 와이지엔터의 양현석 대표는 207억 원이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지난 2~5월 15개 이상 쏟아진 와이지엔터 분석 보고서는 5월 이후 '뚝' 끊긴 상황이다. 다른 엔터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지웅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예인이 상품인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경우 언제든지 이슈에 의해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장기 전망은 좋더라도 언제든지 악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드라마 '별그대'에서 시작된 한국 드라마 열풍이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지 않아 엔터주 부진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드라마 한류가 실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은 빨라야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11월일 것"이라며 "그 이전까지는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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