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고증 없는 매체 속 비현실
전문가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필자는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유독 배를 좋아한다. 부산 외항에 미국 항공모함이 정박하면 작은 통통배를 빌려 타고 그 주위를 맴돌며 황홀해했고, 작은 돛단배를 빌려 친구들을 싣고 낙동강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1980년대 초에 시애틀에 유학할 때도 공부는 뒷전이고 학교 요트클럽에 가입해서 중급 자격증도 땄다. 지금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일이지만, 제주도 신혼여행도 배를 타고 갔다 왔다.
배가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본다.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몇 번이나 보고 배가 전복될 경우 배 꼬리 쪽으로 가야 구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 레드 옥토버 같은 영화가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어 영화관에서 그리 오래 상영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독자들 중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찾아보시길 권한다. 국내에서는 배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이순신 장군과 장보고에 관한 것들이다. 곧 명량이 개봉한다니 당연히 보러 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극에 나오는 돛단배와 관련해서 할 말이 많다. 우선 노를 젓는 것도 아니면서 바람 한 점 없어 돛이 축 처져 있는데 배가 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선단을 이루고 가는 경우에 배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돛의 각도가 다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제각각인 경우도 본다. 우리나라에서 썼던 사각 돛은 순풍이 아니면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가 없이 돛만 있는 배는 있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이순신 장군의 함대가 쏜 포탄이 왜적의 배에 맞는 순간 폭발할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화포가 사용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대포는 돌이나 철로 된 공을 쏘는 것이었고, 임진왜란에서도 쇠로 된 공 속에 화약과 날카로운 철 조각을 넣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적진에 던져 넣으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터지는 ‘비격진천뢰’ 같은 포탄이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목표물에 닿는 순간 폭발하는 형태의 포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임진왜란 때 널리 쓰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점 명확히 해 주실 전문가가 안 계실지.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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