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 김태호 기자 ] ‘유대균·박수경 경찰 단독 검거.’
지난 25일 오후 7시15분께 경찰은 언론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신엄마의 딸 박수경 씨 검거 사실을 전하면서 ‘단독’이라는 부분을 애써 강조했다. 검찰 도움 없이 경찰이 해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초동수사 부실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상황에서 경찰이 대균씨 검거에 얼마나 사활을 걸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경찰은 1500여곳의 은신 용의처를 면밀히 수색하는 등 대균씨 검거를 위한 치밀한 작전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단독 검거’ 소식에 이내 검찰이 조급해졌다. 유 전 회장은 놓쳤고, 대균씨 검거에는 사실상 한 일이 없는 꼴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바로 방어전에 돌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원파 부동산 추적을 지시한 건 검찰”이라며 이번 검거에 검찰의 공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대균씨를 압송하는 과정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통상적으로 경찰이 검거한 피의자는 경찰에서 1차 조사한 뒤 검찰로 인계된다. 검찰은 이날 “대균씨 일행은 인천지검으로 바로 압송된다”고 언론에 전했다. 대균씨 일행이 압송되는 모습을 검찰에서 공개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찰의 생각은 달랐다. 경찰은 평상시처럼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1차 조사를 벌인 뒤 인천지검으로 이들을 보냈다.
그동안의 대균씨 수사에도 검·경은 따로따로였다. 경찰이 대균씨를 검거한 날, 검찰은 공교롭게도 대균씨 일행에 자수를 회유했던 것. 유 전 회장에 대한 정보는 검찰이, 대균씨에 대한 정보는 경찰이 갖고 공유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일가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6월 한 경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 추적은 수사권 독립 차원에서 경찰엔 큰 기회”라고 말했다. 검찰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는 순간에 경찰이 단독으로 유 전 회장을 검거하면 여론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속내다.
검찰과 경찰은 어쩌면 이번 유 전 회장 일가 추적을 수사권 독립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 정도로 여긴 것 같다. 검·경의 ‘밥그릇싸움’이 유 전 회장 죽음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증폭시키고, 수사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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