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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군도’ 하정우-강동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웅과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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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뉴타입의 히어로가 등장했다. 위협적인 외모에, 무식하면서도 아이 같은 천진함을 가진 이 남자. 바로 도치(하정우)의 등장이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은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으로 지배층 내부의 권력다툼 일색인 기존 사극과는 달리 백성의 시각을 담고 있다.

조윤(강동원)은 서자인 자신의 출생에 대한 강한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인물로 백정 출신인 돌무치(하정우)를 이용해 동생의 처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돌무치의 변심으로 계획이 좌절되자 그의 어머니 및 여동생을 죽이고 돌무치마저 죽이려 한다. 하지만 돌무치는 살아남았고, 조윤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로 그를 찾아가 칼부림마저 저지른다. 돌무치의 칼은 조윤의 칼에 대적할 수 없었다. 조선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가진 조윤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던 것.

이를 지켜본 ‘군도’ 무리는 돌무치의 정신을 범상치 않게 여겼고 그를 무리로 영입한다. ‘군도’는 조선 백성으로 구성된 의적단으로 많은 탐관오리들을 처벌해왔다. 돌무치는 도치라는 새 이름을 얻고 ‘군도’ 대호(이성민), 땡추(이경영), 이태기(조진웅), 천보(마동석), 마향(윤지혜), 금산(김재명)의 보살핌을 받으며 ‘군도’ 내 에이스로 태어난다.

빈틈이 없다. 멀티캐스팅으로 캐릭터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군도’는 그 부재를 배우들의 연기와 표현력으로 채워놓았다. 빠른 속도감과, 스토리들을 즐기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인가 ‘군도’의 일행이 되어있을 것이다.

영화는 ‘군도’의 리더 대호, 정신적 지주 땡추, 양반출신 도적 이태기, 괴력의 사나이 천보, 홍일점 마향, 벙어리 남사당 금산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넘치는 캐릭터 때문에 캐릭터가 가지는 사연은 정밀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성긴 설정이지만 그 틈새를 메꾸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 및 표현력이다. 이는 멀티 캐스팅이 가지는 치명적 단점까지도 일정 부분 커버해낸다.

어느 하나 중복되는 캐릭터 없이 분명하고, 역동적이며, 격렬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지형을 이용한 액션은 ‘군도’가 가지는 큰 매력이며 각자의 매력으로 뽑아내는 액션 및 유머 코드, 그리고 입담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해낸다.

영화 초반 다큐멘터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내레이션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구전 동화를 연상하게 하는 내레이션은 극의 속도감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칫 명료한 서술 방식이 성의 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윤종빈 감독은 이 사이사이에 각 캐릭터의 설정을 부여함으로 속도감을 배가 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하정우와 강동원의 극명한 대비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도치가 가지는 강렬함은 황무지 신으로 대변된다. 그 강렬하고 메마른 색채는 조윤이 가지는 정제된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마치 불과 물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두 캐릭터의 충돌은 아슬아슬한 긴장감 및 분노를 자아내고 있지만, 윤종빈 감독은 이러한 가운데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18세 도치와 22세 천보의 설정이나, 군도 무리가 된 도치의 첫 등장 및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위트 있는 콘셉트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극을 부드럽게 풀어지도록 한다.

멀티캐스팅이며 다양한 캐릭터가 활약하지만 ‘군도’는 분명 도치와 조윤의 이야기다. 극 초반 도치의 어리둥절한 시각에서 보는 군도의 체제나 조선의 모습은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그려진다. ‘군도’ 무리가 도치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관객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같은 것이다.


이는 영화 후반 조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극 중반 동정할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는 조윤의 악행은 극의 마지막 부분에 그 처연한 사연에 가려지고 만다. 영화는 친절하게도 시점을 옮겨 조윤에 의해 그 처연하고, 안쓰러운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서자 출신이기 때문에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가졌음에도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그. 기생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쳐왔지만 남동생이 태어나며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 백생들에 대한 조윤의 태도는 마치 자신의 출생에 대한 경멸처럼 느껴진다. 가족이 되기 위해 평생 동안 노력했고, 애정을 갈구했던 조윤의 속사정이 드러날 때 관객들은 자연히 그를 동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조윤의 캐릭터를 매력적이게 완성하는 것과 동시에 ‘군도’ 전체적인 그림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작용한다. 막판에 쏟아지는 조윤에 대한 정보는 관객들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를 동정하는 마음이 듦과 동시에 이제껏 함께 했던 ‘군도’에 대한 시각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강동원에게 조윤은 그야말로 ‘실(失)’이 없는 캐릭터다. 단언컨대 ‘군도’ 조윤은 강동원의 대표적인 캐릭터가 될 것 같다. ‘늑대의 유혹’ 우산 신처럼 ‘군도’ 조윤이 등장하는 매 장면들은 여성 관객들의 노리에 강한 충격을 남긴다.

어느 한 장면 버릴 것 없는 미장셴이며 그의 얼굴, 무용에 가까운 무술은 강동원이 조윤일 수밖에 없음을 증명한다.

또 그가 가지는 불안감이나 조윤이 끝내 지키고자 했던 것, 조윤의 처연함을 강동원으로 인해 그 결이 더욱 매끄러워졌다는 평이다.

흉흉한 나라, 넘치는 탐관오리, 그리고 그들을 처단하는 군도. 영화는 명료하면서도 시원한 복수를 완성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주인공이 어느 하나 특별할 것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날 때부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닌, 친근하면서도 가까운 인물이 그리는 성장과 복수는 관객들에게 ‘후련함’을 더한다.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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