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재권 침해 비상
현지 인터넷몰 옷 모조품 유통
베이직하우스, 형사소송 제기
IT기기·중장비 부품도 '베끼기'
한국 기업, 상표권 등 미리 확보
특허청 'IP-데스크' 적극 활용
[ 김태훈 기자 ]
중국 난징시 경찰은 최근 한국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의 브랜드를 도용한 중국 업체들을 기소했다. 베이직하우스는 인터넷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모니터링하며 모조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을 찾아냈고 이를 상표권 침해 조사기관인 난징시 질량기술검사국에 신고했다. 단속 현장 한 곳에서만 블라우스 치마 등 여성의류 2만여벌(약 10억원 규모)을 압수했다. 중국 경찰은 이들을 형사 입건까지 했다. 한국 등 해외 기업의 상표를 도용한 이유로 경찰이 현지 업체를 기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관련 뉴스가 지난해 저장성 10대 뉴스에 선정되며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이후 상표 도용도 주춤해졌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민사소송에 의존했던 국내 기업들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마케팅 활동뿐만 아니라 짝퉁과의 전쟁에 꾸준히 투자하는 게 중국 시장 안착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충고한다.
◆새우깡 유사 제품만 10여종
중국 상하이 난징루 인근의 편의점. 이곳 판매대에서는 농심 ‘새우깡’,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등 한국 상품과 상표는 물론 포장까지 흡사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명사를 상표로 등록하기 어려운 데다 한글 문자를 상표가 아닌 디자인권으로만 인정하는 중국 제도를 악용해 만든 상품이다. 새우깡, 바나나맛 우유 등이 인기를 끌자 중국 업체들이 만들어낸 유사 제품만 각각 10여종이 넘는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선 짝퉁폰 제조사로 유명한 중국 구폰(Goophone)의 악명이 높다. 구폰은 지난 3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5 신제품을 내놓은 바로 다음날 외형은 물론 이름까지 닮은 ‘구폰5S’를 내놓았다.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갤럭시S5 같은 한국 인기 스마트폰을 베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들도 있다. 상품을 잠시 판매하고 사라지는 음성 조직이어서 단속도 쉽지 않다.
인터넷상거래 사이트에서는 모조품 의류가 대거 팔리고 있다. 유아동 관련 상품을 만드는 제로투세븐의 노경호 부장은 “타오바오에서 모조품 유통업체를 적발해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나는 일이 반복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지역 지식재산권 컨설팅업체인 Y&Z비즈니스컨설팅의 왕칸 부장은 “중국 내 인프라 건설이 늘어나며 굴착기 등 중장비 부품부터 건축자재, 여성의류, 화장품 등으로 지재권 침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행정단속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상표 도용을 막으려면 중국 진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상표권 디자인권 등을 수년 전에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글 중문 영문 등 관련 유사 상표를 방어하기 위해 상표권 디자인권 등 다양한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행정단속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시에빙 상하이줘란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국 내 상표권에 대해 가장 광범위한 단속 권한을 가진 곳은 공상행정국”이라며 “질량기술검사국을 통하면 생산지, 공장 등의 허위 표기를 단속할 수 있고 세관에 상표를 등록하면 침해 상품의 수출입 통관을 막을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공상국 등을 통해 행정 단속 사례를 확보하면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특허청이 KOTRA,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과 함께 해외에서 운영하는 IP-DESK를 통하면 현지 침해조사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심상희 주상하이총영사관 영사(특허관)는 “지재권과 관련한 법정손해배상 상한액이 50만위안(약 8300만원)에서 300만위안으로 올라갔고 소송에서도 원고인 해외 기업의 승소율이 84%까지 높아지는 등 중국의 지재권 제도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 진출 초기에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모조품 유사품에 대한 조사, 행정기관 신고 등을 통해 지재권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하이=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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