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다이아 주가조작' 관련 공판…기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他언론 호재성 기사 쏟아낼때 실체에 진지하게 접근해 보도"
[ 노경목 기자 ] “한국경제신문 외에는 당시 씨앤케이인터내셔널(CNK)의 문제점을 보도한 매체가 없었습니까?”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기자에게 판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재판장에서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과 관련한 CNK와 외교부 관계자의 주가 조작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덕균 CNK 회장 등 회사 관계자와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 대사 등 당시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났던 이들을 증인과 피고인의 관계로 마주하게 됐다.
이날 심리에서는 2011년 4월 본지에서 보도한 ‘넉 달 새 3배 뛴 코코(CNK의 옛 이름), 다이아몬드 개발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준비하며 작성한 취재 및 기사보고 내용이 주제가 됐다. 2010년 12월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CNK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4.2억 캐럿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고 발표하면서 급등한 CNK의 주가는 이듬해 1월 코스닥 시가총액 11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본지 보도가 나간 뒤 2주일 만에 주가는 4분의 1이 넘게 빠지며 곤두박질쳤다.
본지는 회사 측 자료를 검증 없이 발표한 외교부의 행태도 지적했다. 이듬해 1월 감사원은 관련 조사를 마친 뒤 “김 전 대사가 한경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보도자료를 냈다”고 발표문에 적시했다.
사실 다이아몬드 개발 발표에 앞서 CNK와 김 전 대사는 본지에 “특종할 기회를 주겠다”며 카메룬 현지 취재를 제안했다. 하지만 본지는 주가 띄우기에 악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모 경제지는 회사 측 주장을 기사화해 2010년 7월 ‘한국, 다이아몬드 생산국 됐다’며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가가 오르자 이틀 뒤 ‘코코, 고고(高高)’라는 낯뜨거운 시황기사를 싣기도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일부 매체의 무책임한 보도는 이어졌다. “채굴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곧 공개한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았다”는 등 회사 측 주장이 기사화될 때마다 CNK 주가는 급등했다.
판사의 질문에 기자가 “호재성 기사들만 쏟아졌을 뿐 다이아몬드의 실체에 진지하게 접근한 곳은 한경밖에 없었다”고 답변해야 했던 이유다. 기자가 법정에 출석한 다음날인 10일 검찰 측은 110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오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당일 하한가에서 거래정지된 CNK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011년 1월 1만6000원대에 이르렀던 주가도 1725원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많은 개인 투자자가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피고인석에는 CNK 및 외교부 관계자만 앉아 있었지만 과연 무책임한 보도를 한 언론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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