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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데스크] 저출산…옛날 엄마 vs 요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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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 조일훈 기자 ] ‘아이는 안 낳아도 애완견은 키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여자들을 은근히 힐난하는 얘기다.

물론 저출산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젊은 세대’의 결정이다. 이들에게 물어보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소득수준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교육비용을 든다.

“옛날에 못먹고 못살 때도 세 명, 네 명 낳아서 잘도 길렀는데 이제 와서 뭔 소리냐”고 젊은이들을 꾸짖는 목소리도 있다. 예전보다 훨씬 잘사는데 한 명만 낳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는 책망이다. 하지만 출산은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옛날 부모들은 “누구나 자기 밥벌이는 타고 난다”고 믿었다. 딱히 부모가 돌봐주지 않아도 대가족이, 지역 공동체가 공동으로 육아를 하는 구조였다.

이기심이냐, 합리성이냐

반면 현대사회는 이웃 간에 단절적이고 고립된 사회다. 아파트나 버스, 지하철에서 누구와 마주쳐도 인사를 건네기가 어렵다. 복잡성과 익명성을 배경에 깔고 있는 도시생활에선 ‘내 아이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원리가 지배한다.

옛날엔 국가와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그리하여 지금 50대의 99%는 부모세대보다 더 잘살게 됐다. 열심히 일하면 아이들 키워내기가 크게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종지부를 찍었다.

고성장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자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 온리(the only)’, ‘더 베스트(the best)’ 제품과 서비스만이 각광받는 현대 산업사회. 그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지만 더 선명하게 다가온 미래도 있다. 길어진 수명과 쪼그라드는 소득의 흐름이다.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젊은 부모들의 마음은 두 갈래다. “믿을 것은 아이 교육뿐”이라는 것과 “많이 낳으면 다른 부모(자녀)와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커리어 우먼들도 많지만 직장 생활을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여자들은 더 많다. 이런 선택을 유약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기적이라고 싸잡아 비난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모든 인간은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했던 게리 베커 교수(2014년 작고·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눈에는 한국 여자들이 너무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각자도생의 아포리즘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 비용을 줄이는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는 십수년째 정치적 구호로만 맴돌고 있다. 저출산은 좋은 일자리를 생산하지 못하는 노동시장이 불러온 재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향후 노동시장의 동력을 지금보다 훨씬 약화시킬 부메랑이기도 하다.

출산과 교육, 산업과 노동시장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이 문제를 생각하게 된 것은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다. 사회정책 분야를 총괄하게 될 그의 청문회에선 저출산은커녕 교육정책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실종됐다. 졸렬하기 짝이 없는 개인신상 문제가 그 모든 정책적 논의를 덮어버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누가 ‘애완견이 아니라 아이를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각자도생’이라는 일그러진 아포리즘을 더욱 굳히지 않았을까.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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