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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200억 건강 R&D예산 '헛돈'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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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액 4년 만에 2배 가량 늘었지만 사업화율 7.4%서 5.8%로

건강기구·보조식품에 개발비 쏠림현상 심화



[ 고은이 기자 ] 건강분야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로 연결된 과제는 100개 중 6개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요 조사를 정확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받은 예산으로 개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R&D 문화가 확산돼 있는 것도 원인이다.

◆리포트로만 남는 국민 세금

11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일상적 건강영역에 대한 정부 R&D 투자액은 2009년 679억원에서 지난해 1178억원으로 늘었다. 과제 수도 444개에서 812개로 증가했다.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일상적 건강영역 R&D는 전체 건강 R&D 중 중증질환 치료와 직결된 것을 제외한 것으로 재활, 건강식품, 의료보조기기, 만성질환 연구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정부 R&D 과제 중 실제 사업화로 이어진 과제는 2009년 33개에서 2012년 46개로 늘어나는 데 그쳐 사업화율은 오히려 7.43%에서 5.85%로 떨어졌다. 전체 사업화 건수(하나의 연구에 중복 사업화 포함)도 82건에서 62건으로 줄었다. 고용창출 인원 수도 같은 기간 283명에서 172명으로 감소했다.

한 대학 연구소 관계자는 “국가가 지원한 건강관련 R&D 사업의 6% 정도만 사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며 “많은 세금을 쏟아부어 개발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연구 리포트로만 남게 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전체 R&D 지원 프로젝트의 평균 사업화율 20%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건강분야 R&D가 규모를 키워가고 있지만 내실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상품화가 되기까지 넘어야 하는 ‘규제장벽’이 높고 건강증진 효과를 개발자가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환자의 수요보다는 공급자(정부·연구소) 위주로 R&D 과제가 선정되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평가·검증 R&D ‘빈약’

더욱이 정부가 지원한 R&D 예산 대부분이 개발 분야에만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2년 정부 R&D 투자액의 72.7%가 제품·서비스 개발에 쓰였다. 건강관리 기구나 보조기구, 건강식품 개발 등이다.

반면 이렇게 개발된 제품과 서비스, 정책 연구결과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검증·평가 R&D 비율은 0.6%에 불과했다. 정책·제도 관련 R&D는 18.5%, 건강원인 규명 R&D도 8.1%에 그쳤다. 서지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R&D를 진행하기 위해선 원인 규명과 개발-검증-평가-사업화-신기술 개발의 선순환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R&D 프로세스 중 개발과 정책 쪽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분야 중에서도 재활영역 쏠림이 특히 심각했다. 재활은 전체 건강 R&D 지원액의 19.4%를 차지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환자가 늘고 있는 만성질환 등 질병의 일상적 관리 시스템 연구에 쓰인 돈은 8.3%에 불과했다. 미세먼지 등 공기 중 물질로 발생하는 질병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인과관계나 관리방안 연구 또한 취약한 상태였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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