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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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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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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결렬에 대비
차선책인 '배트나' 확보해야
더 좋은 조건 얻을수 있어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 그런데 우리에게는 남의 잔치가 돼 버린 느낌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중 이슈가 된 선수는 박주영이다. 10년 전 한국에서 천재 선수가 나왔다고 모두를 흥분하게 했던 선수가 이제는 거의 역적이 돼가는 분위기다. 왜 그는 이처럼 모든 국민을 실망시킨 걸까. 스포츠 전문가가 아니니 그의 실력에 대한 분석은 할 수 없지만 몇 년 전 그가 소속팀을 옮기면서 했던 협상이 부진의 한 원인이 됐음을 짚어보고자 한다. 다만 이 내용은 기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분석했으며 실제 상황과는 다를 수 있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미리 덧붙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박주영은 한국이 원정 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을 하는 데 한몫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당시 소속팀이던 AS모나코보다 더 나은 팀으로 이적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일단 한 시즌을 더 AS모나코에서 활약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소속팀이던 AS모나코가 그해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된 것이다. 다음 시즌에 최고 수준의 리그에 남아 있으려면 다른 팀으로 옮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2개월에 걸쳐 이적할 팀을 찾았지만 시즌 중에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소속팀이 강등되는 상황에서 쉽사리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적을 알아볼 때부터 관심을 보였던 구단이 하나 있었다. 프랑스의 릴OSC에서 박주영의 영입을 강력히 추진했고,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낮은 수준의 이적료와 연봉이었다. 이적료는 300만유로(2년 내 군대문제가 해결되면 200만유로 옵션)에 월급은 19만유로였다. 2011년 이적 시장에서 박주영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협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에게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트나란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됐을 때 취할 수 있는 대안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말한다. 즉 다른 협상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다른 협상 상대는 현재 만나는 협상 상대보다는 이득이 적다. 만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대안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당장 상대를 바꾸는 것이 더 나을 테니 배트나는 최선이 아닌 차선의 개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최종적인 합의 시점에 이르러 마지막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릴 구단으로 이동하던 박주영에게 극적인 순간이 다가온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영입을 제안한 것이다. 그것도 릴보다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면서 말이다. 운명의 순간이었던 이때 박주영은 아스널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스널 입단 이후 박주영은 쇠락의 길로 빠지고 만다. 1년에 10개 경기도 뛰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두 번이나 임대 이적을 했지만 그 결과도 좋지 못해 최종적으로 아스널로부터 방출되는 결과까지 생겼다. 아스널로의 이적은 협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잘한 선택이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만 겉으로 드러난 조건만 본다면 당연히 아스널 구단이 더 나은 선택지다. 하지만 박주영 선수의 입장에서 정말 아스널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선수로서 생명이라고 할 경기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시합에 나설 기회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아스널. 이에 비해 경쟁은 있을지라도 챔피언스리그에 오랜만에 진출해 선수 구성에서 아직 부족한 릴OSC. 선수 생명이란 측면에서는 릴이 박주영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박주영은 마지막 순간에 아스널이 제시한 조건을 이용해 릴로부터 더 나은 대우를 약속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짧은 시간에 충분히 생각할 여유도 없는 입장에서 박주영은 아스널을 선택했고, 지금의 결과가 생긴 것이다.

박주영 선수의 이적에서 살펴본 몇 가지 교훈을 정리해 보자. 첫 번째로 협상에 임하게 되면 우선 배트나를 확보해야 한다. 배트나가 없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배트나는 최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협상에서 배트나는 선택을 바꿀 대상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계평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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