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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아베의 '마이웨이'…일본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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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해석'바꿔 집단적 자위권 공식화


[ 서정환/김대훈 기자 ]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국무회의(각의)에서 결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리다.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행사할 수 없다’는 과거 스즈키 젠코 내각의 해석을 33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모호한 발동 요건

일본 정부는 각의 결정을 통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과 밀접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무력) 행사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명백한 위험’이라는 말 자체가 모호해 정권의 판단에 따라서는 일본이 타국 간 전쟁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은 “1954년 자위대 발족 이후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의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방위는 일본이 공격받았을 때 필요한 최소 범위의 방위력만 행사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군이 공격을 받았을 때 무기 사용이나 외딴섬 등 회색지대(그레이존·자위대와 경찰 출동의 경계에 있는 지역)에 무장집단 상륙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위대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정하기로 했다.

여론 무시한 평화헌법 무력화

새로운 헌법 해석에 따라 일본의 안보 정책 자체가 기존 ‘전수방위’를 뛰어넘어 적극적인 무력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할 후속 입법 개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가을 임시 국회에 자위대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 여론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에 불과했고 50% 정도가 반대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시민단체는 “헌법 기본 원리에 관한 변경을 국민 의사도 묻지 않고 내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신조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헌법 해석의 기본 개념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아무때나 집단적 자위권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등 일본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에 이어 평화헌법 자체를 바꾸는 명문 개헌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美 "지지" 中 "반대" 재확인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한 것과 관련, 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용인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 평화헌법의 기본 정신과 미·일 동맹의 틀 아래 지역 평화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주변국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역사수정주의를 버리고 올바른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각의 결정으로 ‘한반도 급변사태 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게 아니냐’는 질문에 “집단적 자위권은 남의 땅에 들어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고 답했다.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일본은 지역의 평화·안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이 거짓으로 ‘중국의 위협’을 만들어 이를 국내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일본이 아시아 이웃들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존중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도쿄=서정환 한국경제신문 특파원/김대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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