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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수포로 돌아간 펑리위안의 김치 담그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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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전예진 기자)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여사가 연일 화제입니다. 유명 여가수답게 그녀는 화려한 외모와 타고난 패션 센스,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태로 잘 알려져 있죠. 여기에 재치 넘치는 화법까지 뽐냈습니다.

지난 3일 방한 첫날 창덕궁을 돌아보면서 "드라마 ‘대장금’을 여기서 찍었느냐”며 “마치 ‘대장금' 안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별과 꽃 모양 병따개를 선물받자 “남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였으면 좋겠다”는 유머를 던져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이 섭섭해할까봐 그랬는지 "남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드라마의 주인공 도민준(배우 김수현)과 똑같다"며 깨알 같은 남편 자랑도 잊지 않더군요. 펑 여사 덕분에 한국 드라마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죠.

펑 여사가 고궁의 경취를 감상하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서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펑 여사의 한국 전통음식 체험을 준비하던 팀이었는데요. 이날 비가 올 경우 창덕궁 관람 대신 실내에서 할 수 있도록 마련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날씨가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이날 오전부터 70여명의 한국음식 전문가와 도우미들이 펑 여사가 만들 구절판과 다식 재료를 준비해놓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날씨가 개는 바람에 행사는 취소됐지만 간략하게나마 시연과 시식이라도 진행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워지는 부분입니다.

‘대장금’ 팬인 펑 여사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한복을 입고 궁중음식을 만들어 봤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요. 원래 김치를 만들기로 기획했다가 편의상 옷에 양념이 묻지 않고 단시간에 만들 수 있는 메뉴로 바꾼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점입니다.

펑 여사가 김치를 담그는 장면이 연출됐다면 아마 역대 가장 성공적인 ‘김치 외교’ 사례로 남았을 겁니다. ‘기무치’에 맞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중 공조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란 해석도 충분히 나올 수 있었을 테고요.

13억 중국인들에게 김치를 홍보하는 최고의 기회도 됐을 겁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다는데, 펑 여사까지 나서준다면 ‘음식 한류’의 불을 지피는데 더할 나위 없는 힘이 됐겠죠.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김치의 중국 수입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치 수출을 위해 중국의 발효식품 관련 위생 기준을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나도 맛있는 김치를 좋아한다”면서 말이죠. ‘소프트 파워 외교’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전세계 지도자와 리더들이 우리 문화를 잘알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그것이 정책으로 반영되고 경제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에만 맡겨두고 한류 홍보에 너무도 서툰 모습입니다. 역대 중국 퍼스트레이디 중 존재감이 가장 큰 펑 여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답답해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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