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5월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사고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사고 당시 대참사를 막은 것으로 평가받는 기관사까지 징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서울메트로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관은 지난달 30일 서울메트로 감사관실에 공문을 보내 추돌사고 관련자 48명을 징계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시는 선행열차 기관사와 신호관리 직원 등 6명은 중징계, 후속열차 기관사 등 나머지는 경징계(경고·주의 포함) 처분하도록 지시했다.
서울메트로노조는 해당 징계 지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이날 서울시 감사관에 면담을 신청했다.
특히 팔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대형참사를 막은 후속열차 기관사 엄모(46)씨까지 징계 대상이 된 것에 대해 노조 측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엄 기관사는 사고 당일 신호 오류로 뒤늦게 적색 신호를 확인했지만 기본 제동 장치뿐만 아니라 매뉴얼에도 나와있지 않은 보안제동을 함께 걸어 시속 15㎞ 상태에서 자신이 몰던 후속열차와 선행 열차의 추돌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고 했다.
엄 기관사가 보안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후속열차가 약 70m를 더 나아가 열차가 완전히 찌그러져 사망자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 측은 또 서울시가 경찰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 취임 하루 전 무더기 징계 지시를 내린 것에 유감을 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징계 내규를 그야말로 탁상에 앉아서 해석한 것"이라며 "신호시스템의 오류를 인정해 기술본부장이 사퇴하고 사장도 불명예 퇴진한 마당에 이런 징계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감사관은 240명이 다친 사고에 대한 정당한 징계 지시라고 반박했다. 2호선 추돌 문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신호 고장으로 시민 240명이 다친 '있을 수 없는' 사고였다는 것.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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