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벌크선 사업부 투자 건 리스크관리센터에 제지당해
NPS 대체투자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
해운업 투자는 당분간 '보류'
이 기사는 06월30일(14: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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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지난 5월 한진해운 벌크 전용선 사업부에 1000억원 가량의 지분 투자를 하기로 했다가 내부 격론 끝에 부결 처리한 일이 있다. 국민연금을 투자자로 유치하려던 한앤컴퍼니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었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한앤컴퍼니는 인수 구조를 변경, 지분(equity) 출자자를 줄이고, 부족분을 대출(debt)로 메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만기 5년짜리 인수 금융 금리는 연 6.5%까지 치솟았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건들을 결정하면서 ‘부결’로 결론을 낸 일은 꽤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등 구조조정이 한창인 기업 인수에 관해선 위험을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벌크 전용선 부결건은 기존의 다른 건들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이번 결정이 시장에 보여준 가장 명시적인 ‘시그널’은 ‘국민연금은 해운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한진해운 벌크 사업부 건만해도 포스코를 비롯한 4대 대형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은 터라 안정적으로 매출이 일어나는 데다 유가 변동 등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신규 투자자가 지지 않는 것으로 계약해 상당히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됐었다.
한앤컴퍼니가 국내외 여러 FI(재무적 투자자)를 제치고, 국민연금에 ‘초대장'을 보낸 것도 이런 자신감에 근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한앤컴퍼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말았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벌크 사업부 투자를 거절했다는 건 해운회사 자체가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국내 해운 산업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내부의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 좀 더 주목하라고 말한다.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가 수익성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변화의 핵심은 작년 말에 신설된 리스크관리센터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작년 말 기존 ‘실’급이던 리스크관리실을 리스크관리센터로 격상시켰다. 조직도상 위치를 다른 실장보다 높임으로써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위험관리 부서와 투자 부서의 유기적인 업무 조욜 및 사전 위험통제 능력이 강화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쉽게 말해 리스크관리센터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얘기다. ‘사전 위험통제’란 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 이전에 센터장이 위험성을 경고하면 상정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일부 위험 점검 사항은 전결권이 본부장에서 센터장으로 옮겨갔다. 한앤컴퍼니 건도 리스크관리센터에서 '경고'가 나간 터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될 수 밖에 없었다. 7명의 투심위 위원중 민간교수 4명은 리스크관리센터의 분석보고서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앤컴퍼니 건은 기금운용본부 내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드러냈다. 리스크관리센터에서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 투자 건이 거부되자 이를 진행하던 국내 대체투자실은 ‘패닉'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변화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민연금이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앤컴퍼니만해도 국민연금만 믿고 있다가 낭패를 겪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운용 기금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예전부터 단독으로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국민연금 단독으로 투자한다고 했다가 내부 사정에 따라 부결을 내버리면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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