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하지 않는 청춘들
신생아 절반이 '혼외출산'…동거가족 복지 차별 없어
[ 마지혜 기자 ] 많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혼인 연령을 낮추고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혼외출산 수용 등 결혼과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문화적 시각을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유럽의 많은 국가는 한국이 경험하는 만혼화 및 비혼화를 일찍이 겪었지만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동거 형태의 가정이 확산되고 결혼이 아닌 동거 상태에서의 출산도 일반화되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1.7명 이상인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영국 등 이른바 ‘출산 선진국’에선 전체 신생아 중 혼외출산아 비중이 50.1%에 달한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2.04명(2012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의 경우 66.9%가 혼외출산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혼외출산율은 2.1% 수준이다. 미혼모에 대한 눈총도 따가운 분위기다.
프랑스는 혼외출산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정책으로 출산율을 높인 케이스다. 프랑스는 혼외출산율이 늘어나자 2006년 혼인 부부의 출산과 혼외출산을 구별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미혼이어도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조건만 갖추면 직장 내 각종 수당과 휴가 등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93년 1.65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2012년 2.01명까지 상승했다. 영국도 동거가족 자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결혼가족의 자녀와 동일한 법적 지위 및 혜택을 주는 등 혼외출산자 무차별 정책 등으로 합계출산율 1.92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문화적으로 동거나 혼외출산을 비윤리적 행위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발적 혼외출산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등 대안적 출산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유럽 국가들은 결혼과 출산 간 고리를 떼어놓으면서 결혼 지연에 따른 초저출산 문제를 극복해나가고 있다”며 “보다 유연한 생활 양식이 한국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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