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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금융시장 과잉 유동성의 함정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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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프로젝트파이낸싱,건설사가 재무투자자에 위험 떠넘겨
건설사 풋백옵션,금융사 고금리 후순위 대출 관행 사라져
M&A용 대출 시장에선 차주가 대주단 줄세워



?? 이 기사는 06월24일(14: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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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SOC)을 지을 때 건설사는 대주단에 항상 저자세로 일관했다. 건설사가 위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더 지고, 재무적투자자(FI)에겐 연 15% 안팎의 후순위 대출 기회를 제공해야 공사 대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이랬던 국내 SOC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갑을’ 관계가 차주(借主) 우위로 반전하고 있다. 금융 시장에 ‘과잉 유동성→위험 투자’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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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남 고성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대주단 구성에 선순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무보증부 금리가 5%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초기 단계에 들어갈 비용 부담을 건설사가 지던 관행을 깨고, 재무적투자자가에 넘긴 것도 이례적이다. PF업계 전문가는 “건설사가 감당하던 건설 리스크를 FI가 지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재무적투자자들이 감당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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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발전소는 SK그룹과 한국남동발전이 참여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전체 투자금 가운데 80%? (3조6000억원) 가량을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에서 PF 방식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나머지 20%(9000억원)는 지분 출자로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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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 대출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자문·주선을 맡았다. 지난 20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확정하는 등 ‘건설 위험도’가 사라져 대주단 구성은 ‘오버 부킹’이 발생할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10여 곳의 은행, 보험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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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지분 구조는 SK가스 19%, SK건설 10%, 남동발전 29%를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인 KDB인프라자산운용의 ‘KIAMCO 파워에너지 3호 펀드’가 42%를 출자한다. 산은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키암코 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산업은행, 교보생명, 국민연금을 비롯한 13개 기관투자가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키암코 펀드는 지분(equity) 투자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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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SOC 시장에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이 도입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은 위험을 지는 대가로 다른 방식의 현금 창출의 기회를 제공받았다. 고금리 후순위 대출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고성 발전소에 지분 출자를 한 키암코는 약 5년간 무수익 투자를 감내해야 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은 넘쳐나는데 SOC 공급 물량은 한정돼 있어 금융기관들끼리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던 SOC 투자가 점차 위험 자산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제2영동고속도로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에 교보생명이 기존 관행을 깬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주관·자문사 자격을 따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보생명이 이번 거래를 따내기 위해 내건 조건은 SOC 금융의 ‘출혈 경쟁’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쟁자들과 극명하게 갈린 부분은 두 가지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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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파이낸싱은 기존 주주인 현대건설 등 건설사(CI)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빠져나가고, 이와 함께 선순위 대출 금융기관도 바꾸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건설사들은 가능한 한 새로운 대주단이 건설사들의 지분을 초기에 많이 사주길 바라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 부분에서 초기 인수 물량을 75%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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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보유 지분 가운데 75%를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25%는 실제 교통량이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사겠다는 조건이다.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IMM PE-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 등 다른 경쟁자들은 초기 인수 물량을 50% 가량으로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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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실현하고 나가는 건설사들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감내하는 자금보충약정(CDS) 액수도 기존까지의 SOC 금융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금융 기관들의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CDS 금액은 전체 건설 비용의 10% 정도”라며 “제2영동고속도로는 총 공사비가 1조2000억원 가량이므로 최소 1000억원은 넘어야 하지만 교보생명은 200억~250억원 정도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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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발전소 등 SOC 사업에 대출을 해 주면서 금융 기관들이 건설사에 받곤 하던 풋백옵션(주식, 자산 등을 기존 주주에 되팔 수 있는 권리) 관행도 1~2년 전부터 사라지고 있다. 인천 중구와 김포 양촌면을 잇는 인천-김포고속도로 PF 사업만해도 KB국민은행은 풋백옵션을 포기하는 대가로 주관 은행 자격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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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젝트 금융 시장이 이처럼 ‘돈이 넘치는’ 곳으로 변모하게 된 데엔 보험사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자리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BC 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 기업에 투자했을 때에 비해 SOC 투자는 절반 수준”이라며 “보험 자산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데다 10~20년 장기 투자인 터라 보험 자산의 성격에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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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융 기관들이 ‘과잉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M&A용 기업 대출을 할 때 차주가 대주단 줄을 세우는 일이 국내에선 흔한 일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SOC 금융만해도 위험도가 점차 커지자 기존 주요 투자자였던 연기금들이 손을 떼고 있다. PF 전문가는 “최소수입보장(MRG) 등 안전 장치가 사라진 데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SOC 투자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해왔다”며 “고금리 후순위 대출도 없어지고, 5% 남짓의 선순위 대출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투자하기는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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