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IT융합으로 서비스 개선…수술환자 급증
11년 무파업…파업 잦은 서울대병원과 대조
병상수 1356개, 서울성모 제치고 '빅5' 진입
[ 이준혁 기자 ]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수술 건수가 본원(모병원)인 서울대병원을 처음 앞질렀다. 산하 병원이 본원보다 수술을 많이 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의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150건으로 서울대병원(142건)보다 많았다. 서울대병원의 입원 병상이 분당서울대병원보다 많고 외래환자 수도 많은 상황에서 수술 환자 수만 분당서울대병원이 많은 것은 이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술 건수가 많다는 것은 중증환자들이 분당서울대병원 쪽으로 많이 갔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IT 융합…수술 환자 늘어
경기 성남시 구미동에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은 올해로 개원 11년째다. 전반적인 의료계 불황 속에서도 이 병원은 최근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지난해 개원한 암·뇌신경병원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입소문을 타면서 암 수술 환자가 특히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의료계에선 아직까지도 생소한 의료·IT 융합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2004년 8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무파업 기록을 이어갈 정도로 노사 관계도 좋다.
기자가 25일 분당서울대병원 곳곳을 둘러보니 모든 병동에서 미국 첨단수사드라마 CSI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료진은 회진을 할 때마다 55인치 초대형 터치스크린에 환자의 모든 기록과 영상을 띄워놓고 손으로 당겼다 폈다 하면서 환자 상태를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이런 방식으로 환자 가족에게 경과 보고 프레젠테이션도 수시로 이뤄졌다.
특이한 것은 병원에 환자 차트가 없다는 것이다. 인쇄된 처방전이나 검사지가 없다. 엑스레이 등 의료영상 필름도 없다. 모든 게 전자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진은 병원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환자 진료 정보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의사들은 해외 학회에 가서도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즉각적인 처치를 내릴 수 있다.
수술받은 환자들은 수술 과정을 묘사한 그림이나 사진이 담긴 아이패드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다. 수술 동의서는 전자 서명으로 하고 있다. 수술이 끝난 뒤에는 병실에 누운 채 수술 경과를 알 수 있는 사진을 본다. 백남종 홍보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모든 것이 IT로 시작해 IT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본원인 서울대병원은 상대적으로 낡은 시설에다 노조 파업이 잦았다.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병상 수, 서울성모병원 제쳐
수술 건수에서 서울대병원을 넘어선 분당서울대병원은 규모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77개 병상을 증축, 기존의 본관 879개 병상을 합쳐 모두 1356개 병상을 갖췄다. 처음으로 ‘빅5(서울아산·삼성서울·신촌세브란스·서울대병원 포함)’ 병원 대열에 진입했다. 병상 수 기준으로 서울성모병원(1354개)을 제쳐 규모 면에서 ‘빅5’ 병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 전국 상급종합병원 건강보험 청구현황’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건강보험 청구 건수는 166만9170건으로 서울성모병원(165만371건)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연간 외래환자도 159만7476명으로 서울성모병원(156만1061명)보다 근소하게 우위를 기록했다.
◆LH 사옥 매입도 추진
분당서울대병원은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부지를 매입, 바이오클러스터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H 사옥은 연면적 7만9000여㎡ 규모로 현재 감정가는 2784억원이다.
병원 측은 2000억~2100억원 수준에서 LH 측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LH 정자사옥 부지는 인근에 판교테크노밸리가 있어 생명과학 연구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다”며 “LH와 매각대금, 납부방식 등에 합의하면 의료벤처클러스터로 활용하면서 병원이 의료기술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혀 다른 개념의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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